[책과 길] “아빠 엄마 부부싸움은 제발 그만!”
입력 2014-02-21 01:36
나 때문에/박현주/이야기꽃
그림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일까? “그림만 가득하고 글씨는 열대여섯자뿐인 그림책을 아이 말고 누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같은 동화는 몰라도 그림책은 글쎄….” 이렇듯 고개를 내저을 이들이 적지 않겠다.
꼭 그럴까? 그림책 중에는 아이들 뿐 아니라 종종 어린 시절을 깡그리 잊은 어른들에게 더 귀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들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특히, 아이들 앞에서 큰소리를 내며 부부싸움을 하는 어른들에게는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책 내용은 간단하다. 집에서 쫓겨난 고양이가 왜 쫓겨났는지를 ‘야옹야옹’ 얘기하고 있다. 자, 이제부터 책의 내용이다.
내가 펄쩍 뛰어올라 난 화분을 깨뜨렸다. 그 조각에 아빠가 발을 다쳤다. 나는 놀라서 식탁 밑에 숨죽인 채 쪼그려 앉았다. 오빠와 언니도 식탁의자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엄마 아빠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싸우기 시작했다. 엄마는 “할 일이 너무 많으니 애들이랑 놀아주면 안 되느냐”고 소리쳤다. 아빠는 “피곤하니 애들 좀 조용히 시키라”고 화를 냈다. 엄마 아빠가 싸운 건 우리 때문이다. 예쁘게 핀 난 꽃을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자꾸 불렀다. 피곤해서 주무시는 아빠를 깨웠고, 바쁜 엄마를 귀찮게 했다. 우리는 우리를 기쁘게 했던, 난의 꽃망울이 ‘톡’ 터져 예쁘게 피었다는 것을 엄마 아빠도 좋아할 줄 알았다. 그래서 계속 주무시는 아빠에게, 싱크대 앞을 떠나지 않는 엄마에게 꽃을 보여주기 위해 화분을 들고 갔다. 화분을 든 언니 옆에서 너무나 좋아 펄쩍 뛰어오르다 결국 깨뜨렸다. 아, 나 때문이다.
그림책을 다 보고 나면 아마 어린 시절이 떠오를 것이다. 엄마 아빠가 싸우면 불안하고, “혹시 나 때문은 아닐까”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엄마 아빠들, 이제 아이들 앞에서 싸우지 마시길. 그리고 아이들이 자꾸 부를 때는 귀찮아하지 말고 왜 부르는지 알아보시라. 엄마 아빠에게 자기가 예쁘다고 느낀 것을 보여주거나, 재미있어서 배를 잡고 웃었던 얘기를 들려준다면 꼭 껴안아 주자.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