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호화 도피'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 인터폴에 수배

입력 2014-02-20 14:26

[쿠키 사회] 법인세 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254억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으나 해외로 달아난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이 인터폴에 수배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광주지검은 “뉴질랜드에서 호화생활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 허 회장에 대해 2년여전 인터폴에 청색 수배를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허 회장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2011년 12월 이후인 2012년 상반기에 청색 수배됐다. 청색 수배는 본국 송환 대상자 또는 포상금이 지급돼 즉시 체포하도록 한 적색 수배보다 약한 단계로 ‘범죄인 인도조약’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검찰은 허 회장의 도피 행각이 드러남에 따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과 허 회장의 해외 재산을 조사하고 벌금을 강제로 집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뉴질랜드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지방세 등의 벌금 미납과 관련, 허 회장의 일부 국내재산에 대해 압류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해당 부동산의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최우선 압류가 이뤄지는 국세와 은행권 채무 등의 압류가 이미 설정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실효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허 회장은 2005년과 2006년 사이 거액의 법인세를 포탈하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2011년 말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벌금을 대신한 1일 노역 대가를 역대 최고 금액인 5억원으로 환산한 판결을 받아 51일간 노역장에서 일을 하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돼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허 회장은 현재 광주시 등에 지방세 13억2000만원도 체납한 상태다.

하지만 그는 항소심 재판 이후인 2010년 뉴질랜드로 건너갔으며 벌금과 세금도 전혀 내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에는 피고인이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올 들어서는 해외도피 이후 뉴질랜드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대규모 부동산 사업을 해온 것으로 현지 언론에 보도돼 파문이 커졌다. 뉴질랜드 현지신문인 ‘더 뉴질랜드 헤럴드’는 현지시각 12일자 보도를 통해 허 회장이 뉴질랜드에 금싸라기 땅을 보유하고 부동산 사업을 벌인 사실을 전했다.

뉴질랜드 북섬의 항구도시인 오클랜드 도심 노른자위 땅을 허 회장이 2003년 사들였다가 최근 중국의 부동산 개발회사에 되팔아 거액의 차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허 회장이 운영하는 대주그룹이 이 땅을 2550만 달러(273억5139만원)에 사들인 뒤 4억5000만 달러(4824억원)를 들여 67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인 ‘엘리엇 타워’를 신축하기 위해 2006년 건축승인까지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허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건축승인이 무산되자 2013년 매각절차를 밟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광주 등에 체류 중인 대주그룹 전 임원들은 “당시 재정여건이 너무 어렵고 그룹이 사실상 해체돼 땅을 살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며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대주그룹은 1980년대 설립된 대주건설을 모기업으로 사세를 확장해 한 때 대주주택 등 1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렸고 매출규모가 2조원에 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자치21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허 회장의 해외도피에 대한 논평을 냈다. 이들은 “허 회장이 장기간 도피성 출국을 하면서 대한민국 사법 재판과 광주시의 지방행정 징수권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허 회장의 출국허용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