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입·출경 기록 조작 의혹… 검찰 제출 증거, 검찰이 진위 가린다

입력 2014-02-20 02:32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 위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 진상조사팀이 19일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검찰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의 진위 및 입수 경위 등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이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찰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조사 대상자는 기소와 공소를 담당한 검사, 국가정보원 및 외교부 관계자 등이다. 중국 현지에도 검사를 파견해 주선양 총영사관, 국정원 현지 요원 등을 상대로 확인 작업을 할 계획이다.

조사팀을 지휘하는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필요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국익이나 중국과의 관계도 손상시키지 않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조사팀에서 국정원과 ‘특수관계’인 공안부 검사는 배제됐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출·입경 기록이 조작됐는지를 규명하는 일이다. 현재까지의 정황을 보면 검찰이 항소심 법원에 제출한 유씨의 출·입경 기록은 중국 당국의 전산 시스템상 기록과 다른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법원에 낸 기록은 유씨가 2006년 5월 27일 북한으로 갔다가 6월 10일 중국으로 돌아온 것(출경-입경)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국정원이 같은 해 9월 입수해 검찰에 넘긴 1차 자료에는 ‘입경-입경’으로 적혀 있다. 국정원이 유씨를 내사할 당시의 첩보 자료에도 ‘입경-입경’으로 기재돼 있다고 한다. 이는 변호인이 확보한 기록과 일치한다.

그러나 1차 자료는 발급처 표시나 관인이 없어 증거로 쓰이지 않았고, 국정원이 이후 허룽시 공안국의 관인과 공증 기록까지 있는 자료를 구해 다시 검찰에 인계한 것이 결국 증거로 제출됐다.

검찰도 왜 유독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자료만 ‘출경-입경’인지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이 접촉한 허룽시 관계자가 출국 없이 입국만 두 차례 돼 있는 부분이 부자연스럽다고 판단해 자의적으로 수정했거나 국정원 측 요청에 따라 고쳐줬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위조’라고 밝힌 중국 공문서 3건의 생산 및 전달 경로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전망이다. 이 3건 중 2건은 국정원이 중국 내 ‘비선 라인’을 통해 입수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조백상 주선양 총영사도 언론 인터뷰에서 “나의 결재를 거쳐 총영사관을 통해 나간 문건은 1건(출·입경 기록 발급사실 확인서)”이라며 “다른 2건(출·입경 기록 및 변호인이 낸 공문서가 사실과 다르다는 회신)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즉 검찰이 사법공조 절차를 거쳐 지린성 공안청에 유씨의 출·입경 기록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국정원이 그 하부 기관인 허룽시 공안국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자료를 구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허룽시의 공식 입장은 “그런 기록을 발급해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부분 조사는 중국 당국의 협조가 없으면 진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