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참사] ‘쓸쓸한 죽음’… 베트남인 부인 홀로 빈소 지켜
입력 2014-02-20 01:35
“오빠, 왜 여기 있어요.”
19일 오후 3시30분 부산 수영구 좋은강안병원 장례식장 2호실. 이번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희생된 10명 중 유일하게 학생이 아닌 최정운(44·극단대표)씨의 빈소는 조문객이 이어진 부산외국어대 학생 희생자들의 장례식장과는 달리 썰렁했다. 베트남에서 비보를 전해 듣고 달려온 아내 레티끼에우오안(28·여)씨가 울부짖다 지친 모습으로 쓸쓸하게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최씨는 17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열린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환영회 사회자로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연극계에서 일하다 생계유지가 안 돼 ‘투잡(two-job)’을 하다 변을 당한 것이다.
그는 대구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뒤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연극계에서 활동했다. 2003년 대구U대회 때 한 문화행사에서 스태프로 일했던 고인은 당시 극단 동성로 대표였던 문창성(55·전 대구시립극단 감독)씨에게 발탁돼 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문씨는 고인에 대해 “요즘 세대와 달리 가볍고 발랄한 연극보다는 진중하고 선이 분명한 연극을 추구한 보기 드문 친구였다. 안타까운 인재를 잃었다”고 울먹였다.
이후 고인은 극단 동성로 대표 자리를 이어받았고 다른 일로 돈을 벌어 연극 제작비와 활동비를 충당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하녀들’ ‘카니발’ 등 진중한 연극 작품들을 꾸준히 연출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는 작품을 전혀 무대에 올리지 못했고 연극계에서 활동이 뜸해졌다.
최씨는 2012년 8월 베트남 출장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내와 결혼했으나 아내가 한국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자 최근 친정에 나들이를 보냈었다.
최씨의 사고 소식을 접한 경성대 연극영화과 동문들은 “함께 슬픔을 당했는데 학생들만 부각되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최씨의 장례가 잘 치러질 수 있도록 자신들이라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부산·경주=윤봉학 김재산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