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감동과 재미 던져준다… 극장가 할리우드 역사극 봇물
입력 2014-02-20 01:34
할리우드 역사극이 몰려온다. 익숙한 이야기에 상상의 장면들을 보태고 화려한 볼거리를 곳곳에 배치한 영화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작품은 이달 20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잇달아 개봉한다. 과연 ‘시대물 외화’들이 펼칠 극장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영화는 어떤 작품이 될까.
가장 먼저 관객을 찾는 영화는 ‘폼페이: 최후의 날’(감독 폴 W.S. 앤더슨·20일 개봉)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는 인류 사상 최대의 재난으로 꼽히는 로마의 도시 폼페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폼페이는 AD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곳. 당시 화산 폭발의 위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0만배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화산재와 빠른 속도로 도시를 삼켜버리는 용암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여기에 노예 신분인 검투사 마일로(키트 해링턴)와 폼페이 영주의 딸 카시아(에밀리 브라우닝)의 러브스토리를 가미시켰다. ‘타이타닉’(1997) 특수효과팀이 제작에 참여했다.
다음 달 2일(현지 시간) 열릴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관왕이 유력시되는 ‘노예 12년’(감독 스티브 맥퀸·27일 개봉)도 관객을 찾는다. 미국 작가 솔로몬 노섭(1808∼?)이 쓴 동명의 자전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1853년 발표된 소설은 미국 노예 해방의 도화선이 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노예 수입이 금지돼 흑인을 납치하는 일이 빈번했던 184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이 살았던 비참한 노예의 삶을 핍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자유란 모든 것”이라는 영화 속 대사가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미국 골든글로브 작품상, 미국 제작자조합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 아카데미상엔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화려한 볼거리에 재미를 느끼는 관객이라면 ‘300: 제국의 부활’(감독 노암 머로·다음 달 6일 개봉)을 놓쳐선 안 될 듯하다. 영화는 2007년 개봉돼 전 세계에 흥행 돌풍을 일으킨 ‘300’의 속편. BC 480년에 발발한 인류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해전 살라미스 전투를 스크린에 옮겼다.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광활하고 예측 불허한 바다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전쟁으로 전편을 뛰어넘는 스케일과 완성도 높은 스토리, 강렬한 액션 쾌감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성경 창세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노아’(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다음 달 20일 개봉)도 빠뜨릴 수 없다. 제작비로 1억5000만 달러(약 1595억원)를 쏟아 부은 대작이다. 하나님에게 선택받은 인간 노아가 인간 세상을 심판할 대홍수가 온다는 계시를 받은 뒤 120년에 걸쳐 방주(方舟)를 만드는 과정, 대홍수가 시작돼 세상이 물바다로 변하는 모습 등을 구현해냈다. 주인공 노아 역을 열연한 러셀 크로를 비롯해 제니퍼 코넬리, 에마 톰슨, 안소니 홉킨스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이 밖에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로부터 예술품을 되찾기 위한 작전을 펼친 실존 부대 이야기를 담은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감독 조지 클루니·27일 개봉)도 눈길을 끄는 ‘시대물 외화’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외화 역사물이 많아진 이유로 기술의 발전을 꼽았다. 그는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엔 표현해내기 힘들었던 역사 속 이야기를 영화화하기가 용이해졌다”며 “이러한 측면이 많은 제작자나 감독들을 시대물에 도전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