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버스 폭탄테러 속에 핀 2인의 ‘살신성인’] 현지 가이드 제진수 집사
입력 2014-02-19 19:59 수정 2014-02-20 02:32
이집트의 이슬람 과격파 지하조직이 자행한 폭탄테러로 한국 성도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김진규 목사는 선교사 지망생으로, 제진수 집사는 성지순례 가이드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에 충실했다. 테러범의 자살폭탄공격으로부터 진천중앙교회 성도들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진 두 사람의 숭고한 삶을 살펴봤다.
24년 聖地 베테랑… 테러범 버스 밖 밀쳐내고 산화
이집트 버스 폭탄 테러로 희생당한 제진수(56)씨는 손꼽히는 성지순례 전문 가이드였다. 그는 테러 당시 테러범이 버스에 타려고 할 때 목숨을 내놓으면서 진천중앙교회 성도들을 지켜낸 영웅이다. 성도들은 “제씨가 테러범을 버스 밖으로 밀쳐내지 않았으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카이로한인교회(최윤철 목사)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교회 맨 앞자리엔 그만의 지정석이 있을 정도로 독실한 신자였다. 그는 집사로 교회를 열심히 섬겼다. 사고 1주일 전 주일에는 손수 떡을 만들어 교인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제씨가 성지(聖地)의 가치에 눈 뜬 것은 1989년이다. 이집트 카이로에 들어간 그는 선교와 관광 가이드를 시작했고 24년 경력의 베테랑이 됐다.
그가 성지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2007년 국민일보 인터뷰에 잘 나와 있다. “관광이 보고 즐기는 것이라고 하면 순례는 성지를 통해 자신을 점검하는 과정입니다. 순례자를 향한 주님의 메시지를 느끼고 새로운 신앙인으로 거듭나는 기회입니다. 성경이 기록한 예수님의 제자, 또는 출애굽의 이스라엘 백성들과 현재 자신의 모습을 철저하게 대비시켜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제씨는 평소 순례자들에게 사진촬영에만 집중하지 말고 성지가 지닌 의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출애굽 여정이라면 적어도 하루 정도 광야를 걷거나 1000년 역사를 지닌 콥틱 수도원에서 예배를 드리고 그들의 영성을 느끼는 것도 좋다”며 권했다.
제씨를 옆에서 15년 넘게 지켜본 이강근(49) 이스라엘 선교사는 “그는 새로 체험한 성지가 있다면 한 곳이라도 더 소개하고자 했던 성지맨”이라며 “우리는 이번 테러로 최고의 성지 전문가를 잃었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