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미디어비평] 드라마같은 소치올림픽, 방송3사 중계도 ‘드라마’ 순인가

입력 2014-02-19 16:57 수정 2014-02-19 16:59


[쿠키 미디어비평] 소치 동계올림픽을 TV중계하는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부터 특별중계팀을 꾸리고 첨단 제작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TV화면에 비치는 영상 하나하나가 방송사 역량의 종합성적표다.

스포츠 중계는 그야말로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축구경기 중 골이 몇 개나 터진다고 결정적인 골인 장면을 놓친다면 그 중계는 낙제점이다. 실제 파울장면을 리플레이하는 순간 골이 터져 골 득점 장면을 시청자들이 놓치는 희한한 일이 종종 생긴다. 1000분의 1초의 싸움은 올림픽 선수만이 아니라 중계 방송인들에게도 해당된다.

18일 저녁 여자쇼트트랙 3000m 계주결승. 한국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드라마 같은 역전극이 연출되었다. 그런데 역전당한 중국선수들이 화면에서 사라졌다. 결과를 보니 은메달도, 동메달도 아닌 실격이란 결과에 대해 시청자들은 많이 궁금했다. ‘진로방해’라는데 실격 순간의 영상은 아무리 기다려도 알 수 없었고, 이어진 9시 종합뉴스에도 나오지 않았다. 생중계하는 주관방송사가 카메라워킹에서 실책한 결과다. 한참 후 스틸카메라에 찍한 사진들이 포털 등에 나와서야 심석희 선수를 가로막는 중국팀의 교묘한 진로방해 행위를 알 수 있었다. 스포츠 중계는 이렇게 작은 실수도 시청자의 눈을 순식간에 막아버린다.

이렇듯 생중계 성패는 순간에 결정난다. 방송 기술 및 장비 운용, 캐스터 및 해설 능력, PD의 제작능력에서 결정적으로 판가름 나기 쉽다. 올림픽 생중계는 고난도 방송기술과 장비, 중계팀의 스위칭(Switching:PD가 여러 카메라 전송화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구인의 축제인 올림픽경기는 주관방송사가 ‘국제신호규격’에 맞추어 제작해 전세계에 송출된다. 각국 방송사들은 국제신호 영상을 받아 자막이나 오디오, 슬로 비디오 등을 믹싱 해서 자국 시청자들에 맞추어 방송제작을 하고 전파로 송출하게 된다. 올림픽조직위는 경기 전 종목을 ‘국제신호’로 제작한다. 이에 따라 주관방송사는 ‘영상메시지’를 표준화하고. 카메라워킹이나 오디오, 슬로비디오, 리플레이, 자막도 국제방송규격에 맞춰 제작해야 한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KBS와 MBC는 전 종목을 국제신호 표준에 맞춰 성공적으로 방송했다. 당시 국제신호 제작 노하우는 한국방송기술 발전의 엄청난 기폭제가 되었다. 이제 지상파 3사의 중계능력은 가장 빠른 방송장비 디지털화에 힘입어 중계노하우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소치 올림픽 중계를 주관하는 러시아 방송사의 능력도 돋보인다. 빙상경기에서 크레인 운용이나 스피드를 따라잡는 달리(Dolly), 디지털 그래픽과 리플레이 시스템 모두가 손색이 없다. 특히 스키보드 활강 모습을 헬리캠 등으로 상공에서 내려찍은 영상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했다. 그만큼 주관 방송사들의 국제신호 제작능력도 역시 수준급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캐스터와 해설자의 전문성도 중요하다. 바로 시청률도 이어진다. 이번 방송3사의 시청률에서도 드러난다. TV중계 성패의 척도가 시청률이다. 18일 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한국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역전드라마가 연출됐다. SBS 시청률은 11.4%(닐슨코리아 집계), MBC 10.3%, KBS2 7.3%로 뒤를 이었다. 이상화 선수가 출전한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는 KBS2가 18.6%, SBS가 17.2%를 기록했다. 앞서 쇼트트랙 경기 시청률은 또 SBS가 약간 앞섰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시청자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SBS 약간 우세인 것 같다.

시청률은 결국 캐스터와 해설자 능력에서 판가름 난다. SBS 캐스터 배성재 아나운서의 생동감 있고 활력 넘치는 내레이션이 가장 돋보였다. 재치 있는 멘트, 해설의 전문성이 합격점을 받았다. SBS는 4년 전 경험이 밑거름이 되었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독점방송권을 따낸 SBS의 TV중계는 그야말로 낙제점이었다. 생중계 경기가 누락되거나 중간에 끊어지는 크고 작은 ‘방송사고’들이 적지 않았다. 올림픽을 독점중계하는 SBS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KBS와 MBC 역시 큰 차이는 없다. MBC 간판 MC였던 김성주 아나운서가 캐스터를 맡아 월드컵 중계경험을 토대로 무리 없이 생중계를 이끌었다. KBS의 조건진 캐스터와 변성진 해설위원의 진행도 시청자들에게 무난하다는 평을 받았다.

앞으로 4년 후 강원도 평창에서 23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앞으로 울트라TV의 보급확대와 방송장비의 첨단화로 스포츠중계 경쟁이 지금보다 더 치열할 것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다시 동계올림픽 주관방송사로서 국제신호제작을 하게 될 것이다. IT강국인 한국의 디지털영상 제작능력과 방송기술을 전세계에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스포츠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방송인력도 필요하다. 소치올림픽을 철저히 벤치마킹하자. 4년 후 세계최고의 올림픽 방송중계를 할 수 있는 방송사 인프라를 착실히 준비해가야 한다.

쿠키뉴스 논설위원 겸 방송문화비평가 http://blog.daum.net/alps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