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김승연 회장, 7개 계열사 대표이사 사임

입력 2014-02-19 02:33


김승연(62·사진) 한화그룹 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경영 복귀는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성폐질환과 조울증을 앓아 심신이 쇠약해진 김 회장은 건강회복과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다. 한화그룹 경영은 기존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된다.

㈜한화와 한화케미칼은 18일 김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해 대표 집행임원이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한화는 김승연, 심경섭, 박재홍 각자 대표 체제에서 심경섭, 박재홍 각자 대표 체제로 바뀐다. 한화케미칼은 김승연, 홍기준, 방한홍 각자 대표에서 홍기준, 방한홍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나머지 계열사에도 사임서를 제출했고 조만간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계열사는 ㈜한화, 한화케미칼 외에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7곳이다.

㈜한화는 총포·도검·화약류단속법에 따라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사람이 임원으로 있을 경우 화약류 제조업 허가 취소 사유가 된다. 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관련 회사에 취업할 경우 해당 회사의 업무를 제한받고 취업자도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라 한화케미칼 대표이사도 사임했다.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의 경우 평생교육법의 평생교육시설 설치 인가 문제에서 결격 사유가 생긴다.

횡령과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회장은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7일 검찰이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집행유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상태다. 5년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거나 사면을 받아야만 경영에 복귀할 자격이 주어진다.

김 회장은 2007년 9월 보복 폭행사건으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을 때 ㈜한화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 이듬해 특별사면을 받자 곧바로 대표이사에 복귀했었다. 한화 측은 “앞으로 김 회장에게는 대주주 자격만 남는다”며 “치료에만 전념할 예정이고 이후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경영 복귀가 한동안 힘들기는 하겠지만 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 투자, 해외사업 추진 등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처럼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