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삐 죄는 국제사회, 뒷짐 지는 한국국회… 여야 ‘북한인권법’ 이견 말잔치 그쳐
입력 2014-02-19 02:33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해 형사책임까지 물어야 한다고 밝히는 등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적극 개입할 태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정치권은 북한 인권 관련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가 새해 벽두부터 북한 인권 관련 법안을 앞다퉈 처리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다른 정쟁거리에 떠밀려 2월 임시국회에서도 물 건너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 중인 여야의 북한 인권 관련 법안은 19∼20일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여야 대표가 각각 신년 기자회견에서 의욕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강조했지만 말만 앞세운 꼴이 됐다. 새누리당 소속 안홍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까지 지난 13일 “북한 내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 여야를 떠나 국회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 심사에 박차를 가해 달라”고 주문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일단 여야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두고 서로 다른 방법론을 고수한 탓이 크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은 대북 관련 단체를 지원하고, 통일부는 자문 역할을 맡도록 하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 군사적 목적 등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없도록 금지하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 반면 민주당은 북한 주민의 ‘민생’이 우선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직접 의약품, 식료품 등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자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와중에 민주당은 당내 의견충돌로 자체적으로 제대로 된 논의도 못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책임을 떠넘기며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16일 당내에 북한인권민생법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TF 소속 핵심 의원이 탈퇴하거나 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내부 이견 조정에 애를 먹고 있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심재권 의원과 대북 전문가인 홍익표 의원은 법안 자체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나 TF에 잔류키로 했다.
민주당은 당초 입법 이전에 새누리당과 결의안 형태로 의견 접근을 시도할 계획이었으나 남북 고위급 접촉,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 해빙 무드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시류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보류했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출범 한 달이 넘도록 세 차례밖에 열리지 못한 TF 회의에서는 무리하게 발의를 추진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에 3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를 진척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법의 ‘원조’를 자처하던 여당은 야당 내 분란을 관망만 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소속 외통위 관계자는 “민주당 TF에서 하나의 안으로 수렴돼야 국회 차원에서 법안 논의에 착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성열 김동우 정건희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