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버스 폭탄 테러] 두 얼굴의 시나이반도… 대표적 위험지역이자 기독교 성지
입력 2014-02-18 01:31
이집트 동북부에 위치한 시나이 반도는 테러 공격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위험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시나이 반도는 베두인족 반군 그룹들이 장악해 오면서 정부의 통치권이 제대로 미치지 못했던 지역이다.
특히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시민혁명으로 무너지고,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까지 쿠데타로 물러나면서 치안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2011년 시민혁명 당시에는 시나이 반도에 주둔해 있던 이집트 정부군이 철수하고 수감돼 있던 무장 반군들도 대거 풀려났다. 시나이 반도의 무장단체들은 처음 군부가 무르시 지지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몰아낸 쿠데타를 환영했다. 하지만 점차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탄압이 이슬람 무장세력들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되면서 각종 보복 테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나이 반도를 중동 내 지하드(이슬람 성전) 세력의 새로운 근거지로 표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시나이 반도 내 테러는 주로 이집트 정부군과 경찰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무르시 축출 이후 100명이 넘는 군인과 경찰이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됐다. 이집트 정부군도 지난달 24일 군 헬기가 무장 반군에 격추된 이후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나서 60명 안팎의 무장반군을 사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한국인 여행객 테러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기존 테러와는 구별된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무장단체의 테러와 정부군의 보복이 꼬리를 물면서 긴장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테러 대상이 민간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이처럼 치안이 불안한 지역임에도 시나이 반도를 찾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기독교의 대표적 성지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시나이 반도에는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산(山)이 있고, 홍해의 기적이 일어났다는 곳도 수에즈 운하 근처다. 카이로에서 시작해 시나이산을 지나 이스라엘로 향하면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한 ‘출애굽’의 경로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기독교인들에게는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