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철 신임 예술감독 간담회 “국립극단 중·단기계약 단원제 도입”
입력 2014-02-18 01:32
국립극단이 중·단기계약 형태로 배우 30명을 두는 단원제를 도입한다. 또 연간 무대에 올리는 작품 수도 기존 20편의 3분의 1 수준인 6∼7편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김윤철 신임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17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 소극장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립극단 운영 개선안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국립극단 정체성 확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제도가 단원제”라며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석좌배우 5명은 3년 단위로 계약하고 중추 배우 10명은 2년, 기반 배우 15명은 1년 단위로 뽑아 이들을 국립극단 중심배우 그룹으로 두고, 나머지는 오디션이나 인턴으로 추가하는 형식이다. 국립극단은 2010년 재단법인으로 거듭나면서 전속 단원제를 폐지하고 작품별로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캐스팅해왔다.
김 감독은 “3년간 민간 극단의 연출자들이 작품을 맡아 오디션을 봤지만 자기 극단 배우들을 주로 초청해서 공연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립극단이 장소와 예산은 제공하지만 정작 국립극단의 정체성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과거 ‘국립극단은 우리를 민망하게 하지 말라’는 글로 단원제의 폐해를 비판한 적이 있는 김 감독이 일성으로 단원제 도입을 들고 나온 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 감독은 “당시 배우들이 연극에 대한 열정 없이 관료화된 것이 통탄스러워서 그런 글을 썼던 것”이라며 “계약이 만료되면 절반은 탈락하고 새로 뽑는 형식을 도입해 단원제의 맹점을 없애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제작 경험이 없는 평론가 출신의 첫 예술감독이다. 연극계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그는 국립극단의 조직 역량을 작품 제작에만 집중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조직의 역량을 작품 제작에 쏟겠다”며 “작품 편수도 손진책 전 예술감독 시절 18∼20편의 3분의 1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이 현장 예술가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걱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장을 떠나 평론을 쓸 수는 없다”고 했다. 또 “40년간 공정하고 비판적으로 연극계를 봐오면서 많은 의견을 들었다”며 “앞으로도 자문위원회 등을 구성해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취임 이전부터 논의돼온 명동예술극장과 국립극단의 통합과 관련해서는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자리를 함께 했던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은 “큰 방향에는 합의가 이뤄졌고 조직에 관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며 “통합에 빠른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