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빠리의 나비부인’의 저자인 재불 성악가 정귀선(68)씨는 지난 14일 서울북부지검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은 뒤 서울의 한 호텔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소설로 인해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했다.
검찰 조사를 위해 최근 입국한 정씨는 허구의 창작 내용을 진실인 것처럼 유포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일부 장로들의 처벌과 조용기 목사와 본인 및 한국교회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불륜’ 관계였다고 주장한 여의도순복음교회 하상옥 이종근 김대진 김석균 박성태 장로와 더함공동체교회 이진오 목사 등 6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고소했다. 정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1974년 프랑스로 유학 간 뒤 동양인 최초로 바스티유 오페라단에 발탁돼 16년 동안 소프라노로 활동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불륜관계 아니다
-조 목사와 언제 어떻게 만났나.
“93년 5월 조 목사가 파리를 방문했을 때 파리순복음교회 성도였던 강귀희씨가 초청해 강씨와 조 목사, 차일석 장로 등 넷이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이후 조찬기도회 등에서 2∼3차례 더 만났다.”
-조 목사가 새 이름을 지어주고 한국 공연 때 꽃다발도 보내줬다는데, 둘만 만난 적은 없나.
“둘만 만난 적은 없다. 강씨와 장로들이 늘 함께 했다. 내가 불행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조 목사가 불쌍해하며 새 이름을 지어준 것은 맞다. 조 목사가 따뜻하게 위로해준 게 고마워 꼭 한 번 만나고 싶었지만 못 만났다. 94년 한국에 공연 왔을 때 축하 꽃다발을 보내줬지만 만나지는 못했다.”
단 둘이 만난 적 없었다
-소설은 왜 썼나.
“한국에서 결혼을 약속한 남자에게 배반당하고 도피하듯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한국남자를 만나 아이까지 가졌는데 아이 아빠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2001년 바스티유 오페라단에서 은퇴했는데 그동안 고생한 게 한이 맺혔다. 여러 경험을 섞어 소설로 쓰고 싶었다.”
-소설에 대형교회 목사와 로맨스를 등장시킨 이유는.
“두 번이나 사랑에 실패했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라도 보상받고 싶었다. 어느 교회 누구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이것 말고도 상상으로 지어낸 내용들이 더 있다.”
장로들 사실 확인 않고 돈 줘
-MBC ‘PD수첩’은 소설 속 목사가 조 목사인 것처럼 말한 녹음내용을 공개했는데.
“당시 한 기자가 국제전화를 걸어와 5분 정도 통화했다. 사실이냐고 물어봐서 마음대로 생각하라 그랬다. 어차피 소설이니 상관없다고 여겼다.”
-기자회견에서 증거라며 제시한 옷가방과 시계, 호텔영수증은.
“모르는 일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다.”
-장로들이 준 돈은 왜 받았나.
“나는 내 소설이 꽤 팔릴 것이라 기대했다. 캐나다와 프랑스에서 번역 출판하고,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도 왔다. 그런데 강씨가 ‘당신 소설이 한국교회에 누가 되고 있으니 책을 회수해라. 대신 보상을 받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종근 장로가 10억원, 박해숙 장로가 5억원을 가져와 사업하는 자신들이 만든 돈이라며 세 차례 모두 15억원을 줬다. 6억원 정도는 강씨가 받아 갔다.”
-장로들이 소설 내용에 대해 사실이냐고 물어보지 않았나.
“묻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폐기하는 대가라고만 생각했다. 최근 불륜 운운하는 보도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허위 사실 유포한 이종근, 하상옥, 이진오 등 처벌 받아야
-지금 원하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은.
“너무 큰 죄를 지었다. 물의를 빚은 데 대해 한국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 목사와 성도들께 엎드려 사과드린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 나는 인터넷을 하지 않아 내 소설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나와 조 목사, 교회의 명예를 훼손한 이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필요하면 대질조사도 받겠다. 목숨을 걸고 명예를 찾겠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