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지순례객 테러를 규탄한다
입력 2014-02-18 01:41
성지순례에 나섰던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이 16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폭탄 테러에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천인공노할 최악의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충북 진천중앙교회 신자 등을 태운 버스가 이집트와 이스라엘 국경인 시나이반도 타바 국경초소 앞에 정차하고 있을 때 20대 괴한 1명이 버스에 폭탄을 투척했다.
이 테러로 한국인 3명과 이집트인 1명이 숨지고 한국인 14명이 다쳤다. 부상자 대부분은 무릎 아래쪽에 파편을 맞은 상태로 중상이긴 하지만 위독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외교부와 경찰청 관계자로 이뤄진 신속대응팀과 주이집트·주이스라엘 영사와 공사 등을 현장에 급파했다.
기독교 신자라면 평생에 한 번 이상 성지순례를 하고 싶어 한다. 출애굽할 때 지나간 이집트 시나이 반도와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 예수 그리스도와 열두 제자가 복음을 전한 이스라엘, 기독교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터키 등은 성지순례객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들이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성지순례를 희망하지만 실제로 성지를 둘러본 비율은 높지 않다.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독교인들도 평생소원인 성지순례를 위해 수년 동안 씀씀이를 줄이며 어렵사리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이들이 적잖다. 이런 성지순례객을 향한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반인륜적, 반문명적 범죄다. 국제사회는 무고한 성지순례객을 무자비하게 공격한 테러 조직을 끝까지 찾아내 일망타진해야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국제사회가 즉각 규탄 성명을 발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시나이반도에서 발생한 테러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며 “모든 테러 행위는 언제, 어디서, 누가 자행했는지를 불문하고 범죄행위이며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테러 공격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테러범들이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사회는 국제법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제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테러 행위를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해마다 많은 성지순례객이 찾는 터키 이스라엘 이집트는 이참에 만반의 테러 대비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특히 관광산업이 국가의 주요 수입원인 이집트는 이번 사건의 배후를 찾아내 확실하게 응징해야 할 것이다. 중동지역 테러범들의 동향과 정보를 비교적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는 미국 이스라엘 등과 협조 체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위험한 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여행 제한 지역’을 방문할 때에는 신변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