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 칼럼]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입력 2014-02-18 01:37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60대의 한 변호사는 지인으로부터 이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았다. ‘행복했던 순간이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만년필 수집광이었다. 한 개에 수백만원 하는 명품 만년필을 여러 개 사서 모셔두기도 했다. 원하는 만년필을 얻었을 때 잠시 만족감을 느꼈지만 “행복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만년필 수집 의욕도 이내 시들해졌다. 수입이 늘면서 자동차에도 관심을 가졌다. 시중에 나오는 차들은 대부분 시승해 보았다. 외제차도 여러 대 몰아 보았다. 물론 그 차들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변호사는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 언제였는지를 새삼 생각해 보았다. 희로애락이 점철된 인생이었다. 불행하기만도, 행복하기만도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온 몸으로 햇빛을 받아들였던 어느 날, 행복했다. 아무 생각 없이 빛을 쬐였을 때 느꼈던 평온함이 있었다. 빗소리를 들었을 때도 행복했다. 비가 내리면 그는 자동차를 몰고 무작정 나가서 드라이브를 했었다. 자동차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다 보면 행복감을 느꼈다.

모임에서 변호사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각자에게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외부에서 판단해 주는 ‘행복했을 것 같은 순간들’은 정작 기억 어디에도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변호사와 같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소박한 일상이었을 수 있다.

평생 선교 사역을 펼치다 은퇴한 60대 초반의 목회자를 만나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그는 “바로 지금”이라고 답했다. “은퇴해서 무료하지 않으십니까?” “아니에요. 무료할 틈이 없습니다. 요즘은 일단 하나님의 말씀만을 묵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삶을 정리하며 새로운 인생을 도전하기 위해 먼저 말씀 앞에 서 있습니다. 그동안도 별로 불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아주 행복합니다.” 은퇴한 직후에는 무기력과 섭섭한 감정이 찾아왔지만 이내 정리되면서 새로운 의욕이 솟아나고 있다고 했다. “바로 지금”이라는 그 목회자의 답에는 “앞으로도 행복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노숙인 생활을 하다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한 50세 한 성도에게도 행복했던 순간들을 물어보았다. “당연하지요. 노숙자였을 때였어요. 빈말이 아닙니다. 그때가 아니었다면 영영 모르고 살 뻔했으니까요.” 평온한 인생을 살다가 사업에 실패, 노숙생활을 하던 그에게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모든 것을 잃어도 하나님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게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때가 그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컴퓨터에서 ‘행복’이란 한글 단어를 치다가 키보드를 잘못 눌러 갑자기 영타를 치게 되었다. ‘godqhr’. 앞 단어가 크게 다가왔다. ‘God’. 문득 행복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사람들과 인터뷰하면서 마지막에 꼭 “지금 행복하신가?”를 물어보았다.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이 던졌던 잔잔한 대답들이 있었다. 우린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 행복하기 위해 목회한다. 변호사가 받았던 질문을 던져본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