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대 실습기업 현장 탐방기
“승용차 엔진 이름 아시는 분? 없죠? 하지만 이 노트북 CPU가 인텔 시스템이란 건 누구나 압니다. 이것이 브랜드의 힘이에요.”
지난달 22일 전북 군산시의 군산대 실습기업센터. 인텔코리아 임익철 이사의 강의에 가상 전자제품 업체 ‘킨텔’의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의 후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검토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등 업무를 재개했다. 최종 사업계획서 발표가 코앞에 다가와 분주했다.
킨텔은 군산대 재학생 13명이 모여 만든 실습기업. 실습기업센터에는 킨텔 외에도 ‘에어코스메틱스’와 ‘스마트일렉트로닉스’ 등도 입주해 있다. 각각 인텔과 아모레퍼시픽, 삼성전자가 멘토링 기업이다.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임직원을 파견해 노하우를 전수한다.
에어코스메틱스 구매물류부의 유진열(22)씨는 영문 서류를 읽고 있었다. “방금 독일에서 화장품 구매 주문서가 들어왔다”고 했다. 유씨는 “우리는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해외 실습기업에 홍보하고 판매하는 일종의 물류회사”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계획서 초안을 살피던 그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독일 시장을 중점 공략하기로 해서 제품 선정과 가격 책정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스마트일렉트로닉스에서는 마케팅 직원들이 홍보 자료를 만들고 있었다. “마케팅비가 3만 유로로 줄었어. 여기서 사회공헌비도 빼야 해.” “어휴, 전엔 6만 유로였잖아.” “내가 줄인 거 아니거든요.” 홍보 대상과 기간을 두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스마트일렉트로닉스는 이날만 견적 의뢰를 100대 넘게 받았다고 했다. 주문도 10건이나 받았다. 마케팅부 조영운(24)씨는 “홍보 전략의 승리”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제품 소개 카탈로그를 세계 3600여개 실습기업에 이메일 발송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칸막이 건너편 킨텔은 정반대 분위기다. 마케팅부 직원들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야, 돈 안 들어왔잖아.” “응? 배송까지 끝냈는데.” “다시 확인해도 그대로야.” “얘네들 먹튀(제품만 받고 잠적)한건가?”
킨텔은 독일의 실습기업으로부터 데스크톱 15대를 주문받고 가상으로 배송까지 마쳤다. 그런데 대금이 업무 종료 직전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독일로 전화한 마케팅부 문성현(22·여) 팀장은 “없는 번호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문 팀장은 독일 실습기업 본부로 연락했고 20여분 간 영어 통화가 이뤄졌다. 문 팀장이 “독일에서도 당황한 모양이야. 확인해서 알려주겠대”라고 전한 뒤에야 팀원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문 팀장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됐다. 그는 “영어로 비즈니스 하려니 힘들었다. 한국어로 말하기도 어려운 내용인데…”라고 말했다.
같은 회사 인사총무부 백나희(21·여) 팀장은 소란한 가운데서도 업무에 열중했다. 백 팀장은 “어제 발령을 받아 바쁘다”며 “인텔 관계자가 참석하는 프레젠테이션이 내일인데 시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품별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퇴근시간을 앞둔 오후 5시50분. 에어코스메틱스 마케팅부 직원들이 회의실에 모였다. 멘토기업 아모레퍼시픽이 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각자 만든 자료를 출력한 뒤 회의를 시작했다. 김혜주(20·여)씨는 “최근 ‘20대 구매자 공략 전략’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멘토기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발표 내용을 묻자 김씨는 손사래를 치며 “영업 비밀이라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웃었다.
군산=글·사진 조성은 기자
[국내 첫 대학 실습기업을 가다] “얘네들 먹튀한 건가?”… 대금 입금 안 되자 한바탕 소동
입력 2014-02-17 03:31 수정 2014-02-17 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