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문서 2건 자체 입수… 檢은 경로 설명 못해 의혹

입력 2014-02-17 02:33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위조 증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가정보원이 주목받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위조’라고 알려온 검찰 측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 국정원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 때문이다.

검찰은 16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문서는 정상적인 경로로 입수됐으며 현재 위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김진태 검찰총장은 “검찰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심각한 상황 인식 하에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피의자 유우성(34)씨가 북한 보위부에 포섭돼 간첩 활동을 했다는 증거로 제시한 서류는 ①허룽시 관인이 찍힌 북한-중국 출·입경 기록 ②기록이 정상 발급됐다는 사실확인서 ③변호인 측 제출 자료가 거짓이라는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문서 등이다. 출·입경기록과 싼허변방검사참 문서는 국정원이 자체 입수해 검찰에 넘겼다. 사실확인서는 검찰이 국정원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려고 외교부에 요청해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을 통해 받았다.

검찰은 넘겨받은 문서를 그대로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중국 영사부는 이 문서들이 모두 위조됐다고 밝혔다. 양측 설명대로라면 결국 문서 발급기관이나 전달기관에서 위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3건의 문서 입수 과정에는 국정원과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국정원은 검찰이 공식 루트를 통한 출·입경 기록 확보에 실패하자 자체적으로 기록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애초 상위 기관인 지린성 공안청을 접촉했지만 국정원은 지린성 소속의 허룽시 공안국을 통했다. 국정원이 비선라인을 통해 문서를 받으려다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더구나 선양은 국정원 정보관이 상주하며 활동하는 곳이어서 사실확인서 입수 과정에도 국정원이 개입했을 개연성이 있다. 검찰은 국정원이 어떤 방식으로 문서를 입수했는지, 3건의 문서 입수 과정에 같은 인물이 개입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국정원이 검찰에 넘긴 문서 내용이 달라진 점도 의문이다. 국정원은 지난해 9월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 인증서가 첨부된 북한-중국 출·입경 기록을 검찰에 보냈다. 이 기록에는 2006년 5월 27일 ‘북한→중국’ 입국 사실만 연속 두 차례 기재됐다. 6월 10일 다시 ‘북한→중국’ 입국 사실이 나타나지만 이 기간 중 ‘중국→북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이 문서는 유씨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간 내용은 없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기록만 있어서 유씨의 입북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 유씨가 “입북사실이 없다”며 법원에 제출한 서류(중국 대사관 인정 문서)와 내용이 동일하다. 하지만 검찰은 “기록에 발급기관이 명시되지 않아 증거 능력이 없다”며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다시 허룽시 공안국 관인과 공증처 관인이 찍힌 ‘문제’의 출·입경 기록을 검찰에 전달했다. 여기에는 유씨의 중국 입국 기록이 북한 출국 기록으로 바뀌어 있다. 입국과 출국이 번갈아 이뤄지면서 “유씨가 북한에 들어간 뒤 포섭됐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과 맞아떨어진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기록 관리 및 공문서 업무 처리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