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후춘화와 “둥관 버텨!”

입력 2014-02-17 01:34


중국 광둥(廣東)성 주장(珠江) 삼각주에 위치한 둥관(東莞)시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려왔다. 지금 중국 언론은 둥관을 ‘성도(性都·성의 도시)’로 표현한다. 둥관에서는 개혁·개방 이후 일찍이 섹스산업이 발달했지만 2009년부터 수출이 부진해지자 관련 산업이 급성장했다.

이런 둥관이 요즘 중국에서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가 지난 9일부터 이곳에서 ‘성매매와의 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영 CCTV가 당일 둥관의 5성급 호텔 등에서 조직적으로 성매매하는 모습을 심층 보도한 직후였다. 후춘화는 나아가 앞으로 3개월 동안 성 전체에서 성매매 집중 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중앙정부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공안부가 성매매 조직 비호세력을 엄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뒤 둥관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이 전격 면직됐다. 성매매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둥관 버텨! 둥관 울지마!”라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유명 블로거들은 CCTV 보도와 경찰 단속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광둥성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도 ‘둥관 버텨’라는 논평을 웨이보에 올릴 정도였다. 이제 ‘둥관 버텨’라는 말은 인터넷에서 핫이슈가 됐다.

이렇게 된 건 둥관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둥관의 섹스산업 규모가 500억 위안(약 9조원)에 달해 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마침내 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6일 논평을 통해 “둥관 버텨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하기에 이르렀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최근 개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이제 딱딱한 뼈다귀만 남았다”고 토로한 걸 떠올리게 한다. 이번 성매매 단속이 눈길을 끄는 건 후춘화가 시 주석을 이을 차기 지도자 후보로 꼽히기 때문이다.

둥관의 섹스산업에 대해 잘 아는 한 호텔 매니저는 “관리들에 대한 뇌물이 근절되지 않거나 호텔 문을 닫게 하지 않는다면 단속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춘화의 성매매 일제 단속은 시진핑 개혁의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