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혹 번지는 검찰 중국 공문서 위조설
입력 2014-02-17 02:41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수사한 검찰·국정원 경위 밝혀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가 위조됐다는 중국 정부의 사실조회 결과가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7부가 검찰이 제출한 유씨의 북·중 출·입경기록 등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는 사실조회서를 주한 중국대사관에 보낸 데 대해 중국대사관이 위조 문서라고 회신한 것이다.
민변에 따르면 중국대사관은 지난 13일 “검찰 측에서 제출한 허룽(和龍)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조회 결과는 모두 위조된 것”이라며 “검찰이 출·입경기록을 정상적인 경로로 발급받았다며 제출한 확인서도 위조됐다”고 회신했다. 또 “한국 검찰 측이 제출한 위조 공문은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에 해당해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위조 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제공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낳을 수 있는 악재임이 분명하다. 우선 한·중 간에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대사관이 이번 사건을 형사범죄라고 단정하고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 검찰은 철저한 조사를 벌여 중국 측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그래야 한·중 간에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앞으로도 북·중 접경지역을 오가는 대공 용의자에 대한 출·입경기록을 확인하려면 중국 당국의 협조가 필요한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검찰과 국가정보원을 강력하게 비판할 빌미를 제공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법사위원들은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은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뿌리부터 흔들고 외교적 망신까지 초래한 불미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불법·부실수사에 대한 지휘감독을 방치하고 증거를 위조·조작한 사건의 당사자인 황교안 법무장관과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은 허룽시 공안국의 사실 확인 공문을 받았고, 중국대사관이 위조로 판단한 근거 등을 공개하지 않은 만큼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게 안이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검찰은 명운을 걸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중대한 문제라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유씨의 ‘간첩 혐의’를 다시 입증하려고 제출한 문서에 대해 위조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인권침해라는 비판과 함께 검찰과 국정원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반발에 직면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일본에서는 오사카지검 특수부 주임검사가 후생성 간부의 수뢰 혐의 사건과 관련한 증거서류의 날짜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가 구속 기소됐고 검찰총장이 사퇴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12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국보법 위반죄에 대해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증거서류 위조가 사실로 드러나면 가담자들을 엄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