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이 시대 멋쟁이들이 알아야 할 몸가짐

입력 2014-02-14 01:36


멋쟁이 남자들의 이야기 댄디즘/쥘 바르베 도르비이(이봄·1만3000원)

‘예쁜 남자’가 사랑받는 21세기. 그 남자들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수식어 ‘댄디’에 대한 상세 보고서다. 예쁜 남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도, 아니 적의를 갖고 있다고 해도 ‘댄디’를 그저 ‘멋쟁이 신사’로만 알고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댄디’라는 단어가 출현한 19세기의 영국미술을 전공한 미술사학자 이주은의 ‘10가지 키워드로 보는 댄디의 초상’이 1부다. 2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프랑스 댄디를 연구하기 시작한 불문학자 고봉만의 ‘무례한 댄디에 대하여’다. 3부는 ‘댄디즘’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정리하고 이론으로 정립한 19세기 프랑스 작가 쥘 바르베 도르비이의 에세이 ‘댄디즘과 조리 브러멀’이다. 브러멜은 도르비이와 동시대인이지만 영국 사람이다. 도르비이는 댄디를 서구 근대 시민사회 형성과정의 산물로 봤다. 당시 사회는 산업혁명으로 부상한 부르주아의 속물근성, 무절제하고 허위에 젖은 사고방식에서 허우적대던 귀족들의 추락, 개성 없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우매한 군중들로 혼탁했다. 브러멀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 위해 무례함과 냉담함으로 무장한 채 오로지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 힘썼다. 따라서 유행을 좇아 겉모습만 꾸미는 이들에게 ‘댄디’라는 수식어는 황송하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