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빙속여제 2연패 위업 뒤엔 피땀어린 지옥훈련 있었다

입력 2014-02-13 02:33


“여름에 힘들어야 겨울에 웃을 수 있다.”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지난여름 지옥훈련을 하며 했던 말이다. 당시 이상화는 ‘꿀벅지’를 만들기 위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사이클 훈련을 했다. 평지와 오르막으로만 구성된 8㎞ 산악 코스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숨이 턱 끝에 닿을 만큼 힘들었지만 오기가 발동해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예전엔 10㎏짜리 타이어를 자전거 뒤에 매달고 20㎞ 평지를 달렸다.

이상화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모습을 보면 입을 다물 수 없다. 140㎏이 넘는 역기를 어깨에 올려놓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일각에선 역기 무게가 170㎏이란 얘기도 있으나 이는 다소 과장됐다고 한다. 이상화는 코너링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쇼트트랙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기도 했다.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코너를 돌고 또 돌았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보다 쇼트트랙이 훨씬 더 힘들더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여성의 몸으로 견디기 힘든 훈련을 소화한 이상화는 마침내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2연패를 달성하고 활짝 웃었다.

제갈성렬(44) 전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 감독은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 비결로 엄청난 훈련량을 꼽았다. 제갈 전 감독은 “이상화는 남자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을 소화한다”며 “남자 선수와 같은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는 여자 선수는 이상화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화는 강심장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승훈과 모태범이 부진해 부담감이 컸을 텐데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100% 펼쳐 보였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상화가 대범하고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1000m 레이스에서도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제갈 전 감독은 “이상화는 훈련이 힘들어도 항상 웃는다. 힘들다고 짜증을 내거나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마인드컨트롤을 위해 평소 에세이를 많이 읽는 이상화는 네덜란드 전지훈련 때 ‘결국 당신은 이길 것이다’(나폴레온 힐 지음)라는 책을 읽었다. 트위터을 통해 “나도 이기고 싶다”고 했던 이상화. 상상을 뛰어넘는 훈련과 정신력으로 결국 이겼다.

올림픽 2연패가 확정되는 순간 이상화의 가족들은 그의 혹독한 훈련과정을 돌이키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상화 금메달! 올림픽 신기록!”이라는 해설자의 말에 집안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경기 내내 가슴 졸이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하던 어머니 김인순씨는 “상화야, 4년 동안 고생 많았다. 수고했다. 기특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모든 걸 참아가며 악착같이 훈련만 해온 딸의 고생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허벅지까지 올라온 하지정맥류 증상을 무시하며 묵묵히 레이스를 펼친 딸이었다. 김씨는 “하지정맥류가 허벅지까지 올라왔는데 수술을 할 시간이 없어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 이우근씨도 “잘했다. 고맙게 잘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태현 황인호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