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한국 위안부 문제 제기는 비방”

입력 2014-02-13 02:3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제기를 비방·중상이라고 폄하했다. 태평양전쟁 전범들이 일본법으로는 범죄자가 아니라는 듯한 발언도 했다.

아베 총리는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잘못된 사실을 나열해 일본을 비방·중상하는 것에는 사실로 냉정히 반론하겠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추모 기념일을 제정키로 한 것과 관련한 발언이었다.

태평양전쟁 일본인 A급 전범들에게 극동군사재판소가 부과한 형벌에 대해서는 “(일본) 국내법을 토대로 내려진 형(刑)은 아니다”라며 “역대 정권의 견해이고 아베 정권도 같은 견해”라고 말했다.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에 대한 인식을 묻는 일본공산당 가사이 아키라 의원의 질의에 답한 것이었다.

아베의 발언은 도쿄재판에서 처벌받은 일본인 전범이 국내법으로는 범죄자가 아니라는 우익의 주장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도쿄재판에 대해 “연합국 측이 승자의 판단에 따라 단죄했다”고 말했다. 그 다음 달에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이 전쟁을 일으켜 무수한 희생자를 낸 과거에 대해 속죄하던 태도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으며 사과하는 것에도 싫증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과거사에 대한 부담이 없는 젊은 세대가 아베 총리의 행보에 열광하고 있다며 지난 9일 치러진 도쿄도지사 보궐선거 결과를 예로 들었다. 당시 극우성향의 다모가미 도시오 전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 격)은 12% 지지율로 후보자 16명 중 4위를 했다. 하지만 20대로부터는 24%의 지지를 받아 2위에 올랐다. 그는 2008년 10월 “일본을 침략국가라고 하는 것은 억울한 누명”이라는 주장이 담긴 논문을 발표해 항공막료장에서 해임된 인사다.

WSJ는 많은 일본인이 주변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주변국 반발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아키야마 노부마사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일본 민족주의자들은 일본이 멋진 패자(good loser)로 대접받는 데 싫증을 내고 있다”며 “우리는 더 패배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