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부흥의 현장 ‘남미 교회’를 가다] ③ ‘통전적 선교’ 주창자 르네 파딜랴 목사
입력 2014-02-13 02:32
“사랑은 현장에서 실천하라는 하나님의 명령”
지난 11일(현지시간) 오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의 주택가. NCCK교육훈련원의 해외교회탐방프로그램에 참가한 신학생들이 ‘통전적 선교’의 주창자이자 남미의 대표적 복음주의 신학자인 르네 파딜랴(82·Ren멫 Padilla) 목사의 자택을 방문했다.
복음주의 진영에서 태동한 통전적 선교는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자는 운동으로 해방신학과 함께 남미신학을 특징짓는 요소 중 하나다.
파딜랴 목사는 한국의 예비 목회자들을 밝고 환한 얼굴로 맞이했다. 연로했지만 자신의 삶과 통전적 선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눈빛은 또렷했고, 목소리는 끝까지 힘을 잃지 않았다.
그는 ‘통전적 선교의 아버지’라는 평가에 대해 “나는 단지 복음의 사회적 영향력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팀의 일원일 뿐”이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1932년 에콰도르의 개신교 가정에서 태어난 파딜랴 목사는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국제학생협회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이후 기독교 지도자들을 교육하는 임무를 맡고 남미로 돌아왔다. 1950년대 쿠바혁명 이후 강의실에는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신학에 대해 질의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 동반된 변증학의 필요성에서 태동한 게 바로 통전적 선교다.
파딜랴 목사는 “목사로서 처음 사회정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는 ‘믿는 사람’들이 사회적 관심을 갖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였다”며 “당시 남미 개신교인의 문제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현상황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시급했다”고 회고했다.
통전적 선교는 1974년 7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로잔회의에서 구체화됐다. 150개국 135개 복음주의 교단에서 참가한 2500여 참가자들은 로잔언약을 통해 ‘인간을 모든 종류의 압제로부터 해방시키려는 하나님의 관심 공유’와 ‘복음과 사회적 관심을 서로 관련 없는 것으로 여겼던 것에 대한 회개’ ‘복음과 사회·정치적 참여 모두 그리스도인의 의무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선언했다.
파딜랴 목사는 통전적 선교의 뜻을 더욱 간명하게 요약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행동을 통해 그 사랑을 보여주기 원하신다는 것이 통전적 선교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성경의 핵심 가르침 중 하나는 하나님께서는 불의한 착취와 억압을 싫어하고 반대한다는 것이며, 이를 현장에서 가르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게 통전적 선교다.
2004년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한국 신학생들에게 ‘성서로 돌아가라’고 당부했다. 파딜랴 목사는 “성서로 돌아가 성서 안에서 질문하며 성서가 오늘의 인간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보라”며 “관건은 결국 성서의 가르침을 어떻게 현장화시키는가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성경지식을 축적해 놓은 박물관이나 도서관이 되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며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를 따라 사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며, 이는 곧 평생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서의 사랑은 예술적 표현이 아닌 명령이며, 사랑을 명령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삶에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글·사진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