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유영대] ‘연합’ 없는 연합기관들
입력 2014-02-11 18:58 수정 2014-02-12 01:35
11일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기자회견장.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기총과 애국단체총연합회(애총연)는 3·1절 대회와 8·15 대회를 공동으로 열기로 합의했다”면서 “20일 전에 회원교단에도 알리는 등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남의 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회장이 거세게 반발한 것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지난 9일 발표 때문이다. 한교연은 당시 “다음달 1일 서울광장에서 애총연과 공동으로 3·1절 기념예배와 국민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기총이 우선권을 주장함에 따라 한교연의 3·1절 행사 개최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한교연 관계자도 “조만간 준비모임을 열어 행사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한기총이 그렇게 나온다면 구태여 행사를 열 필요가 있겠느냐”며 당혹해하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해프닝으로 보아 넘길 수도 있지만 한국교회의 최근 추락한 위상을 감안할 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한국교회 대표적 연합기관이라고 자임하는 한기총과 한교연이 보수단체인 애총연과 손잡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애총연의 공식기구와 협의 없이 섣불리 공동행사 개최를 발표한 한교연은 경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표회장까지 나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한기총의 대응도 과잉이다. 한국교회는 3·1운동 정신을 계승·발전하며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상황에서 상호불신과 불협화음, 무능함만 노출한 셈이다.
지금 세상은 한국교회를 주목하고 있다. 양측은 성도들이 내는 헌금으로 운영되는 연합기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 정신의 회복을 기대한다.
유영대 종교부 차장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