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KT ENS 협력업체 5곳 압수수색

입력 2014-02-12 02:32

수천억원대 불법 대출 사건을 저지른 KT 자회사의 협력업체들에 대해 경찰이 대규모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금융 당국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전·현직 직원들이 불법 대출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11일 서울 강남구와 인천 부평구 등지의 KT ENS 협력업체 5곳 사무실과 임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각 업체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들은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위조된 매출채권을 담보로 16개 은행에서 300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속된 KT ENS 직원 김모(51)씨와 함께 대출 사기에 가담한 협력업체 대표 4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은행 16곳 중 7곳만 조사한 터라 피해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실제 피해액이 5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김씨 외에도 KT ENS의 다른 직원과 금융회사 전·현직 직원 등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김씨는 이 금융회사들과 거래하며 대출 만기일을 모두 정확히 지켰다. 금융권에서는 자금 담당자도 아닌 김씨가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범행을 준비한 점으로 미뤄 금융권에 조력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하나은행이 관리하는 SPC 신탁 계좌에 입금할 때마다 KT ENS 측이 타행 계좌를 사용한 점도 공범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내부 감사 목적으로 의심 계좌를 조회할 수 있는 자행(自行) 입금과 달리 타행 입금은 계좌 조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