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스마트폰 한밤의 구매소동 언제까지…
입력 2014-02-11 17:32
[친절한 쿡기자] 서울에 사는 박현지(32·여)씨는 11일 새벽 2시 급히 택시를 타고 경기도 의정부시로 향했습니다. 부모님이 위험한 심야에 외출한다고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죠. 며칠 동안 벼른 최신 LTE 스마트폰을 싸게 판다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긴급공지가 박씨의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래도 휴대전화 판매점에 먼저 온 구매자들이 200m 넘게 줄을 서 있는 바람에 박씨는 새벽 4시가 다 돼서야 가입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한숨도 못 자고 곧바로 출근길에 나선 박씨는 싼값에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됐다고 안도하면서도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스마트폰 구매 소동은 10일 밤부터 시작됐습니다. 네티즌 사이에서 ‘2·11’ 대란으로 불릴 정도로 11일 새벽 가격은 충격에 가까웠죠. 번호이동 조건으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106만7000원), 애플 아이폰 5S(81만4000원)가 10만원 이하로 떨어졌고 LG전자 G2(99만9900원)는 공짜에 팔려나갔습니다. 출고가보다 보조금이 더 많아 구매하면 오히려 현금을 받는 ‘마이너스 폰’도 등장했습니다.
‘긴급 판매’ ‘야간 스팟(Spot)’ 등 자극적인 문구를 내건 전국 휴대전화 판매점들은 새벽에 몰려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이동통신사들과 제조사들의 불법 보조금을 등에 업은 판매점들은 야밤에 곧바로 현금을 받는 ‘현금완납’, 일단 출고가를 받은 후 다음달 차액을 계좌로 입금해주는 ‘페이백(Pay back)’으로 스마트폰을 팔았습니다. 휴대전화 가격은 동영상과 자동응답시스템(ARS), 재고 대수 문자 등으로 신출귀몰하게 퍼졌습니다. 가령 할부원금을 클릭하면 동영상이 나오는데 이를 클릭하면 ‘소치 동계올림픽 입장권은 무료입니다’라며 공짜폰을 알리는 음성이 나오고 화면에 ‘재고 10대’라고 쓰여 있으면 10만원이라는 식입니다.
이통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 보조금 가이드라인인 27만원을 비웃으며 평일과 주말, 낮밤을 가리지 않고 단속 사각지대를 찾아 수백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수시로 뿌리는 이유는 가입자 수에 따른 시장 점유율 때문입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5대 3대 2로 시장을 나눠먹고 있는 현재 시장 점유율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가입자 유치와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야밤에 시작돼 이날 오후까지도 계속된 휴대전화 대란에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최신 스마트폰을 싸게 장만한 분들도 많지만 해당 기종을 먼저 구입한 소비자들은 ‘먼저 사는 사람만 손해’ ‘가격 방어가 이렇게 안 되나’ ‘호갱(어수룩해 이용당하는 고객) 됐다’ ‘방통위는 단속 안 하고 자나’라며 분통이 터뜨렸습니다. 자율 경쟁과 정부 규제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방통위지만 소비자들이 새벽에 스마트폰을 사러 나가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요? 시장 왜곡을 막고 싶다면 불법 보조금 단속 강화를, 시장 질서를 다시 세우고 싶다면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규제 개혁 등 혁신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