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놀라운 요리솜씨, 쉿! 비결은 오븐이죠… 오븐 200% 활용하기
입력 2014-02-12 01:32
저는 요즘 주방 한구석에 처박혀 있습니다. 우리 주인은 저를 빵이나 쿠키만 굽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자리만 차지한다고 구박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잘 쓰지 않는 냄비와 프라이팬을 밀어 넣더군요. 아, 정말 자존심 상해서….
제 주인이 명절을 앞두고는 “과일 선물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면서 그 과일을 말리겠다고 건조기를 사온 거예요. “말린 과일이 맛도 좋고 영양가도 좋다”면서 아주 신이 났더군요. 저한테도 건조기능이 있는데 설명서도 안 본 모양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한술 더 뜨더군요. 기름 없이 튀김이 된다는 기구를 들여놓고는 아이들한테 튀김을 해준다고 법석을 떨었어요. ‘에어프라이어’라나 뭐라나. 그거 저도 할 수 있거든요. 아마 제가 더 맛있게 할 걸요.
요즘 이래저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저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분이 나타났어요. 요리연구가로 쿠킹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계시는 이미경 선생님입니다. 그분은 저를 바쁜 맞벌이 주부, 워킹맘을 돕는 ‘우렁각시’라고 치켜세우시네요. 뭐, 틀린 말씀이 절대 아니랍니다. 밑 준비를 해서 저한테 안겨주기만 하면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요리를 완성해내거든요. 익히는 요리는 거의 전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밥도 되고, 누룽지도 만들 수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나 닭날개구이는 물론이고, LA갈비도 고기전문점보다 더 맛있게 구울 수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고급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홍합크림소스구이도 되고 스페인 요리 해물 파에야 같은 요리도 척척 해냅니다.
제가 누구냐고요? 저는 오븐입니다. 오븐 주제에 제가 너무 뻐긴다고요? 이 선생님이 최근 펴낸 ‘오븐요리’란 책을 보세요. 밥과 반찬 64가지, 일품요리 53가지, 베이킹 32가지, 별미 23가지 등 172가지나 되는 요리를 제가 다 해냈다니까요. 자, 이쯤 되면 저의 재주를 인정해주시겠죠.
이 선생님이 정월 대보름(14일)을 맞아 제게 솜씨를 부려보라고 하시네요. 메뉴만 골라 주세요. 이 선생님은 오곡밥은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으니 별미인 단호박영양밥, 가지와 호박을 건조해서 말려 묵은 나물을 무쳐 보라네요. 어려울 것 없죠. 동물성 단백질이 조금 있으면 좋을 테니 오징어튀김도 곁들이라고요.
예썰(yes, sir)! 제가 뚝딱 해내겠습니다. 물론 레시피는 이 선생님이 준비해주셨습니다(재료는 2인분 기준).
단호박영양밥
<재료> 단호박 1개, 밤 3개, 대추 2개, 멥쌀·찹쌀 ½컵씩, 검은 쌀·잣 1큰술씩, 소금 약간, 물 1컵
<만들기> ①단호박은 깨끗이 씻어 반으로 잘라 씨를 제거하고, 밤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대추는 돌려깎기 해 4등분 한다. ②멥쌀, 찹쌀, 검은 쌀은 깨끗이 씻어 20분 정도 불린다. ③솥에 불린 쌀과 밤, 대추, 잣을 넣고 소금 약간과 물 1컵을 넣어 밥을 짓는다. ④단호박에 영양밥을 넣고 쿠킹포일로 덮은 다음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5∼20분 익힌다.
호박고지 볶음과 가지 조림
<재료> 호박 ½개, 가지 1개, 들기름 2숟가락,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조림(간장·물엿 1숟가락씩, 물 3숟가락)
<만들기> ①애호박과 가지를 얇게 썰어 오븐 팬에 석쇠를 얹고 60도에서 말린다. ②호박고지와 말린 가지를 각각 물에 담가 5분쯤 불린 뒤 물기를 뺀다. ③달군 팬에 들기름 1숟가락을 두르고 호박고지를 넣고 3분쯤 중간 불로 볶다가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어 간을 한다. ④달군 팬에 들기름 1숟가락을 두르고 가지를 넣어 볶다가 조림 재료를 넣고 5분쯤 중간 불로 조린다.
오징어 튀김
<재료> 오징어 1마리,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땅콩 또는 아몬드 ½컵, 달걀흰자 1개분
<만들기> ①오징어는 껍질을 벗기고 1㎝ 두께의 링으로 썰어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린다. ② 땅콩이나 아몬드는 비닐봉지에 넣어 잘게 부순다. ③달걀흰자는 잘 풀어 오징어를 담갔다가 땅콩이나 아몬드를 골고루 입힌다. ④오븐 팬에 종이 포일이나 쿠킹포일을 깔고 200도 오븐에서 10분 정도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