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철희씨에게 배우는 초등 3∼4학년 지도법] “새 교과서 의사소통 능력 중심… 입체적 공부해야”

입력 2014-02-12 01:32


“바뀐 교과서 아직 못 봤지?” “많이 바뀐다던데!” “전처럼 공부하면 안 될 텐데….”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요즘 두셋만 모여도 교과서 이야기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초등 3∼4학년, 중 2학년, 고 1학년, 고 2 영어 교과가 바뀐다. 지난해 초등 1∼2학년, 중 1학년, 고 1 영어 교과서 내용이 바뀌었고, 내년에는 초등 5∼6학년, 중 3학년, 고 2학년, 고3 영어 교과서가 교체된다. 중·고등학생 자녀는 이미 부모 손을 떠났고,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이들은 2학년 때 개정교과서로 공부했기 때문에 걱정이 덜하다.

자기주도학습연구회 정철희 회장은 “이전처럼 암기식, 주입식 공부를 해선 안 되고 입체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교과과정은 한마디로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주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네이버 카페 ‘정철희 교수의 목표가 있는 아이들’에 개정교과서를 위한 예습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11일부터 경기도 수원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전주 등 전국 대도시에서 ‘바뀌는 초등교과서, 변하지 않는 공부방법’을 주제로 공부 리더십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정 교수의 도움말로 새로운 교과과정을 배우게 되는 자녀를 학부모들이 가정에서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 것인지 알아본다.

교과서 어떻게 바뀌나

국어는 지식전달에서 창의적 언어 사용능력이 요구되는 통합적 언어활동으로 바뀐다. 수학은 문제풀이에서 융합적 사고력이 필요한 스토리텔링이 중시된다. 즉, 이야기 속에서 수학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토론과 역할놀이 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 이끈다. 사회는 이야기 사례 중심이며, 읽기 학습과 기능학습 코너가 추가된다. 스스로 생활 문제를 해결하고 비판적 사고를 갖게 하는 것이 학습 목표다. 과학은 융합인재교육이 강조되며 실험하고 관찰한 결과를 학생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라

극성엄마들의 대명사로 통하는 ‘대치동 엄마’들은 교과서를 2벌씩 준비한다. 사교육 1번지에 살면서 유명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교과서다. 교과서는 무겁다고 사물함에 넣어둔 채 학원 교재와 참고서 문제집만으로 공부한다면 당장 그 방법을 바꿔야 한다. 초등학교 시험의 정답은 교과서에 있다. 참고서와 문제집은 보조 수단일 뿐이다.

교과서를 이용해 예습은 짧게, 복습은 꼼꼼하게 한다. 학원에 보내 한 학기나 1,2학년씩 미리 배우게 하는 선행학습을 시키면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내용을 다 알지도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해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

예습은 다음 시간에 배울 교과서 내용을 목차 개요 목표부터 시작해 내용까지 2,3번 소리 내서 읽게 한다. 처음 읽을 때는 무엇을 배우게 되는지 주제를 파악하게 하고, 두 번째 읽을 때는 새로운 것, 잘 모르는 것에 밑줄을 긋게 한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 들어가면 그에 대한 선생님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마련이다. 소리 내서 읽는 것은 발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복습은 그날 배운 교과서의 중요 단어를 화이트로 지운 다음 채워 나가게 한다. 교과서가 한 권이라면 복사해서 활용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녀가 교과서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면 서술형 문제를 풀도록 한다. 보기 4,5개 중 답을 고르는 시험 문제나 단답형 문제는 앞으로 사라진다. 서술형 문제가 대세다. 서술형 문제는 부모가 직접 낼 수 있다. 각 단원의 주제와 학습목표, 또 마지막에 나오는 ‘알아봅시다’를 질문으로 바꾸면 바로 서술형 문제가 된다.

발표력을 키워 주어라

달라진 교과과정의 핵심은 소통능력 양성이다. 따라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발표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평소 아이가 남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하거나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면 우선 아이와의 대화 시간을 늘린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등 아이가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얘기하게 하고 부모는 열심히 들어 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매일 그 날 배운 교과목에 대해 3분씩 부모에게 설명하게 하는 ‘3분 스피치’ 시간을 가진다. 이때 목소리를 녹음하거나 디지털카메라로 녹화해 아이와 함께 듣고 보면서 무엇이 문제점인가를 파악해 고쳐나가도록 한다. 잘못하더라도 윽박질러선 절대 안 된다. 아이가 주눅이 들면 회복이 어렵다. 처음에는 무조건 칭찬해주고, 문제점을 천천히 고쳐나간다.

가족회의를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아이와 함께 주제를 정해서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가족회의를 열고, 주제에 대해 돌아가면서 발표한다.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하는 동안 생각을 정리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회의록 정리도 아이에게 맡긴다. 개정교과과정에선 자기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의록 정리는 이 포트폴리오 작성에 도움이 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