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첨단 이미지 잠시 접고… IT, 감성 내세워 고객 잡는다
입력 2014-02-11 01:37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최근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이용자들이 그동안 올린 게시물로 동영상을 편집해 보여주는 이벤트를 했다. 이용자가 언제 페이스북에 가입했고, 가장 먼저 올렸던 게시물은 무엇이며, 제일 인기 있었던 게시물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1분짜리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줬다. 이용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역사’를 보며 감회에 젖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감성을 잘 공략해 SNS 대표주자라는 위상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첨단 기술을 무기로 하는 IT기업들이 ‘소비자의 감성 사로잡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첨단 기술을 갖춘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랑거리로 삼았다면 최근에는 ‘삶에 의미를 주는 제품·서비스’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3일까지 열리는 뉴욕 패션위크에서 ‘삼성 패션 커넥티드’ 체험존을 운영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갤럭시 노트3 등 삼성전자 제품을 활용해 패션쇼를 보다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취지다. 패선업체와 협업을 시도한 것이다. 갤럭시 노트 프로 12.2를 이용해 디자이너의 디지털 컬렉션 북을 시연하고 여러 스타일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패션쇼를 초고화질(UHD) 영상으로 촬영해 전시장에 마련된 UHD TV로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뉴욕 패션위크를 비롯해 세계 4대 패션위크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패션 외에도 스포츠, 커피 등으로 마케팅 영역을 확대 중이다. 리오넬 메시 등 유명 축구선수를 기용한 ‘갤럭시11’ 캠페인으로 전 세계 축구팬의 관심을 끌었다. 일리카페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해 일리카페 매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이영희 부사장은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삼성전자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광고를 통해 감성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대사를 내레이션으로 사용하는 아이패드 에어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가족 모임에서 외톨이처럼 있던 아이가 사실은 아이폰으로 가족들의 소중한 순간을 촬영해 동영상을 만들고 있었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는 호평을 들었다. 애플 광고는 제품 사양 등 기술 관련 내용은 아예 나오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3일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에서 ‘empowering(힘 돋우기)’이란 제목의 광고를 공개했다. NFL 선수 출신으로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스티브 글리슨이 정보통신기술(ICT) 도움으로 가족과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이었다. 의족을 낀 아이가 다시 걷고 전쟁터에 나간 군인이 화상통화로 아내의 출산 장면을 지켜보는 등 기술이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장면을 풀어냈다. 미 IT전문매체 더 버지는 “MS가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를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광고에 윈도, 아웃룩, 엑스박스 등이 등장하지만 제품 판매보단 감정을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