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올림픽·월드컵에 묻힐 정치이슈… 욕 덜먹지만 관심도 묻혀
입력 2014-02-06 02:34
올해에는 각종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이 잇따라 열리면서 정치 일정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당 지도부 교체, 창당, 전국단위 선거 등 굵직한 이슈들이 진행된다. 잇따라 개최되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브라질월드컵, 인천아시안게임의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명암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계올림픽으로 정권 비판여론은 수그러들겠지만…=8일 새벽(한국시간 기준)부터 러시아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피겨 스케이팅,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최근 카드사의 개인정보유출 사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을 백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정권을 향한 비판여론이 높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민심이 악화됐지만 여론의 관심이 동계올림픽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림픽 기간과 개인정보유출 국정조사 일정이 포함된 2월 임시국회 회기가 겹쳐 국회에서 야당이 정부의 실정을 겨냥해 맹공을 퍼붓더라도 주목을 끌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의 목소리가 묻혀 일단은 여권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여권 입장에서 손해를 보는 측면도 크다. 2월은 박근혜정부가 청와대 주도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여당이 이를 뒷받침할 시기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 기간 정부 부처 및 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청취할 계획이어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시했던 구상이 상당히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 남북 간 이벤트인 이산가족 상봉(20∼25일)이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경기 일정(20∼21일)과도 일부 겹친다.
이 와중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절묘하게도 3월 창당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2월말 국민들의 관심이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왔을 때 기성정당이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한 공직자후보추천위를 꾸릴 예정이지만 새로운 유력 야당의 탄생이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7∼8월 런던 올림픽이 열렸을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파문이 묻혔고, 박 대통령을 포함해 대선 경선 레이스를 벌이던 기성 정당의 주자들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안 의원에 집중됐던 검증국면은 한풀 꺾였고, 9월에 안 의원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여론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선거→월드컵→선거, ‘블랙홀’에 빨려드는 정치이슈=5월이 되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황우여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 여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여야가 사력을 다해 6·4지방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바로 다음주인 같은 달 13일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된다.
지방선거 결과를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여야 가운데 누가 이기든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어느 정도 잠잠해질 가능성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길거리 응원문화가 정착되는 등 우리 국민이 가장 열광하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월드컵이다. 특히 선전할 경우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7월 14일 월드컵이 폐막한 뒤 같은 달 30일에는 재·보궐 선거가 실시된다. 이때 월드컵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출범 2년차에 열리는 선거는 야당이 정권심판론으로 공격하고 여당이 정권안정론으로 방어하는 양상이 일반적이다.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정권 심판론은 다소 약화될 수 있다. 대표팀의 선전이 정권의 업적으로 비쳐지면서 우호적인 여론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6월말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 국정감사도 월드컵 기간과 겹친다.
새누리당이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한 뒤에는 9월 정기국회가 열린다. 여야가 각각 전력을 극대화해서 격돌하는 국회의 연중 최대 이벤트고, 여야의 새 원내사령탑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장이다. 하지만 같은 달 19일부터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또 한번 국민적 관심이 집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정치 이슈는 관심에서 멀어질 공산이 크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