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보이면 야금야금… 나랏돈 빼먹기 달인들] 인건비·요양급여 26억 빼돌린 장기요양원

입력 2014-02-06 01:32

부산의 한 노인장기요양기관은 3년 동안 ‘유령 직원’들의 인건비로 7억200만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있지도 않은 요양보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을 수십명씩 고용했다고 신고한 뒤 건강보험공단에 인건비를 청구하는 수법이었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했고, 기관 운영자만 나랏돈으로 배를 불리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이 기관을 포함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부당 청구하거나 인건비 명목의 지원금을 기관장이 챙기는 등 불법이 확인된 장기요양기관 144곳을 적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간 4조원 예산이 들어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부실한 관리와 미미한 처벌로 나랏돈이 줄줄 새고 있다.

전국에 2만4000여개의 장기요양기관이 있으며 29만여명이 요양보호사, 물리치료사 등으로 종사하고 있다.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노인은 33만6000명이고 이 가운데 37%가량인 12만5000명이 입소 시설에서 생활 중이다(2013년 11월 기준).

예산은 많이 투입되는데 시설도 종사자도 많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관리만 부실한 게 아니라 나랏돈 빼간 이들의 처벌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7억200만원을 부당하게 챙긴 기관도 4개월 지정취소를 받는 게 전부다. 지정이 취소돼도 4개월 뒤 요건을 갖춰 노인장기요양기관 지정을 재신청하면 얼마든지 다시 운영할 수 있다.

시설운영비를 자신의 개인연금보험료로 써서 적발된 부산의 노인장기요양기관장 A씨는 불법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법적 조치를 받지 않았다. 2010년 11월부터 요양기관장으로 일한 그는 이듬해 3월부터 자신의 개인연금보험료 99만5000원을 시설운영비 통장에서 자동이체로 납부했다. 1년만 일하고 그만뒀지만 그의 개인연금보험료는 지난해 말까지 33개월 동안 납부됐다. 복지부는 A씨에게 3200만원을 돌려받고 이 기관에 행정처분을 하는 것으로 처벌을 마무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A씨가 72세 이후부터 개인연금을 받는 것이라 횡령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며 “A씨가 불법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마땅히 처벌할 근거를 찾지 못해 아직 고발 조치를 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번에 적발된 기관들로부터 부당청구액 26억원과 회계부정액 3억원 등 29억원을 환수하기로 했다. 폐쇄명령 1건, 지정취소 5건, 영업정지 36건, 경고 70건, 개선명령 5건 등 167건 행정처분을 내리고 9600만원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