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도 고객유치 보조금 과열조짐
입력 2014-02-06 02:32
알뜰폰(MVNO) 가입자 증가로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이동통신시장과 마찬가지로 보조금 과열 조짐을 보이자 ‘제2의 진흙탕 싸움’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번호이동시장에서는 알뜰폰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문제는 이 같은 결과가 일부 자금력 있는 대기업 계열사의 지나친 보조금 지원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CJ헬로모바일을 통해 KT망을 쓰는 가입자와 SK텔링크 등을 통해 SK텔레콤망을 쓰는 가입자는 각각 77%, 162%의 가입자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는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의 순증 실적이 전체 28개 알뜰폰 사업자의 번호이동 순증 실적의 88%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방송통신위원회는 알뜰폰 시장이 아직 규제할 만한 단계가 아니라며 보조금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알뜰폰 증가세를 분석해 발표하면서 대기업 계열사가 주도하는 보조금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5일 한 업체가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일시적으로 쏟아부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 업체는 번호이동 시 출고가가 49만9400원인 LG전자 ‘옵티머스 뷰2’를 공짜폰으로, 출고가가 95만4800원인 LG전자 ‘G2’는 33만4800원에 팔아치웠다. 이 업체는 지난 연말에도 출고가 99만원인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2’를 번호이동 시 35만원에 판매했다. 6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뿌린 것이다.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일시적으로 치고 빠지는 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이동통신 대리점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스팟성 보조금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본사에서 대리점 측에 자제를 당부하고는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알뜰폰 사업자들은 대형 이동통신사처럼 보조금을 쏟을 자금력이 없다고 항변한다. 또 가입자 증가도 당초 가입자가 적었기 때문이지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이통업체들이 방통위의 강력한 보조금 규제로 신규 모집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알뜰폰 업체에 대한 본격 견제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이통업체들은 보조금을 이전만큼 지원하지 못하게 되면서 가입자를 많이 잃었다. SK텔레콤은 52만여명, KT는 57만3000여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LG유플러스만 54만여명 증가했다. 국내 이통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올해도 번호이동시장에서는 가입자를 서로 빼앗기 위한 전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알뜰폰 시장은 지난해 54만8000여명 증가한 데 이어 저렴한 요금제와 단말기 가격을 무기로 올해도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가 지금은 기존 이동통신 가입자보다 적어 보조금 문제가 덜 심각하지만 올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 심해질 것”이라며 “알뜰폰 상품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고 양쪽 시장 모두 보조금을 투명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