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산가족 상봉은 南과 北 ‘대박’의 첫 단추
입력 2014-02-06 01:41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오는 20∼25일 금강산에서 갖기로 합의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달 초부터 우여곡절을 거치며 얻어낸 소중한 결과물이다. 돌발 사태가 없는 한 상봉이 실현될 수 있도록 남북 쌍방이 마지막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겠다.
이산상봉 날짜와 숙소 등을 논의하기 위해 5일 판문점에서 가진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의외로 쉽게 합의점을 찾았다. 남측은 준비 일정상 시일이 촉박하긴 해도 당초 제시했던 17∼22일 상봉을 유지했고, 협상 결과 불과 사흘 미뤄진 일정을 받아냈다. 우리 측은 2월 말 시작되는 키 리졸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이유로 북측이 3월 이후로 미루려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으나 기우였다. 북한 내부의 대남정책 기류 변화 여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날짜에 합의했다고 해서 상봉이 100% 보장된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로 북측의 진정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겠지만 또 언제, 어떤 이유로 돌아설지 모른다. 지난해 9월 특별한 이유 설명도 없이 상봉 행사 4일 전에 무산시켜버린 것이 북한이다. 북한 언론매체들이 한·미 군사훈련을 겨냥해 미국을 연일 맹비난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겠다.
어쨌든 상봉 날짜 합의를 얻어낸 현 시점에서는 남측이 북을 자극하지 말고 잘 구슬려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어렵게 얻어낸 합의인 만큼 상봉 행사를 반드시 성공리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7일부터 진행될 금강산에서의 준비협상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북한 의견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우리 당국자들이 북의 약점을 드러내는 언행도 자제하는 게 좋겠다. 상봉 행사를 무산시킬 수 있는 핑계를 북측에 아예 주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이산상봉이 이뤄지면 2010년 10월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내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남측은 이산상봉을 정치·군사 문제와 분리해서 추진하되 북측이 호응해 올 경우 전반적인 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북측이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보인 전향적인 자세가 우리 정부가 내민 손을 잡은 것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대북정책에 있어 핵 문제 해결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놓여 있지만 그것 때문에 모든 걸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산상봉 행사를 진행하면서 북의 진정성을 확인해 나가는 동시에 비정치적, 비군사적 부문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겠다. 북한의 과거 행태에 비춰보면 교류·협력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도발을 자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위장평화 공세에 대비한 철통같은 방위태세는 그래서 언제나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