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관계개선 필요성-첫 단추 끼울 시점’ 南北이 공감했다

입력 2014-02-06 02:32


합의 배경과 남북 관계 전망

남북이 5일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날짜와 장소에 합의한 것은 양측 모두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이 상봉 행사를 코앞에 두고도 이를 뒤집은 전례가 있는 만큼 실제 상봉 행사가 이뤄질지 완전히 장담할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반응도 있다.

◇남북관계 개선 필요 공감=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이 인도적 차원에서 시급성이 요구되는 사안이란 점에서 북측의 행사 날짜 변경 요구를 수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은 대박”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올해가 통일기반 구축의 원년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통일기반 구축을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인도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 남북 간 신뢰를 쌓은 후 정치적·군사적 문제를 해결해나간다는 구상인 만큼 맥을 같이한다. 바로 그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가 이산가족 상봉이라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북한도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외부의 안정적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는 배경이 있다. 안정적 환경 조성을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상봉 행사 실제 이뤄지나=정부는 일단 북한이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과 패키지 형식으로 내세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이번 실무접촉에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해 9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불과 나흘 앞두고 일방 연기한 배경에는 우리 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빌미가 됐었다.

다만 북한이 실무접촉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군사적 적대행위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북한이 또다시 상봉 행사를 일방 연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측 실무접촉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은 “북측이 ‘적대행위나 이런 것들은 하지 말자. 남북 화해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들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유의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향후 남북관계 어떻게=일단 상봉 행사가 성사될 경우 앞으로 남북관계 회복에 일정한 동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북한이 ‘내부 사정’을 이유로 상봉 일자를 우리 측 제안보다 사흘 늦추면서 상봉 일부 기간이 키 리졸브 연습 기간과 겹치게 만들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으로 세계의 눈이 한반도로 쏠릴 기회를 활용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부당성을 외부에 적극 알리는 한편 키 리졸브 연습 중단을 요구하면서 이산상봉 행사를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동의한 만큼 향후 이를 명분 삼아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 개최 등 자신들의 관심사를 집요하게 우리 측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