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태양광시장 긴 불황 끝 서광… ‘승자의 파티’ 시작되나

입력 2014-02-06 01:36


‘태양광 치킨게임’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그동안 태양광 시장은 더디게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았다. 이 때문에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폭락하고 기업들이 무너졌다.

어느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계속되는 극한경쟁인 치킨게임은 살아남기만 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든 태양광 산업은 지난해 말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승자의 파티’가 시작되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은 기업들이 이익을 독식하는 시대가 열릴지 주목된다.

◇길고 긴 치킨게임 끝나나=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실리콘 결정체), 웨이퍼(실리콘의 얇은 판), 태양전지(셀), 태양전지 모듈, 발전시스템으로 이어지는 5단계 구조를 갖고 있다.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태양광 시장의 움직임을 알 수 있는 풍향계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폭락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1주일 단위로 집계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당 20.95달러였다고 5일 밝혔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20달러 수준으로 올라서기는 2012년 9월 이후 처음이다.

2000년대 중반 태양광은 각광받는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하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발판으로 뛰어올랐다. 일본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겠다고 선언하면서 태양광 발전 보급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독일도 원자력을 버리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돌아섰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거품은 꺼졌다. 유럽 국가들이 태양광 보조금을 줄이기 시작했고, 미국의 태양광 기업들은 잇따라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2012년 1월 평균 30.89달러에서 같은 해 12월 15.50달러까지 추락하며 반토막이 났다. 공급 과잉, 과도한 경쟁, 글로벌 경제 침체 상황에서 ‘구조조정 태풍’이 거세게 불었다. 대형 태양광업체들이 파산하고 인수·합병됐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고 본다.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 오름세를 놓고 공급과잉 해소, 즉 치킨게임의 종료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내놓고 있다. 태양광 선두업체들은 20달러대 초반에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수 있다. 가격이 20달러대 중반을 넘어서면 흑자로 돌아선다는 얘기다. 소수의 선두업체들이 과점형태로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볕 드는 태양광 시장=도이체방크는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태양에너지 국제행사에서 “세계 태양광 수요가 올해 45기가와트(GW)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철 한화큐셀 대표이사는 지난달 22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올해 유럽, 일본, 중국, 미국 등 태양광 4대 시장을 중심으로 40∼45GW의 태양광 모듈이 설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에너지관리국(NEA)은 올해 태양광 목표치를 10GW에서 12GW로 높였다. 지난해 중국은 예상치였던 5∼6GW보다 많은 8∼9GW의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사고 이후 일본은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교세라는 70㎿급 가고시마 나나추지마 메가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했다. 일본은 올해 9.5∼12GW의 발전시스템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에 태양광 발전의 ‘그리드 패러티’(대체에너지의 발전 원가가 화석연료 발전원가와 같아지는 시점) 시대가 열린다고 관측했다. 태양광 발전시스템 가격이 W당 2달러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전기요금이 싼 중국을 제외한 상당수 국가가 그리드 패러티 범위 안에 들어오면서 태양광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시장에 봄바람이 불면서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태양광 기업에도 볕이 들고 있다. 한화를 비롯해 OCI 등 국내 기업도 이익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케미칼이 올해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폴리실리콘에서 태양전지를 거쳐 발전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에 따른 경쟁력 강화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