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회장에 망언 경영위원 … NHK, 이번엔 일왕 신격화 글 日 정부 “문제될 것 없다”
입력 2014-02-06 02:35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입맛에 맞게 군국주의를 부추기는 일본 공영방송 NHK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NHK 신임 회장의 위안부 망언뿐 아니라 경영위원들의 과거 망언도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마이니치신문은 5일 NHK 경영위원인 하세가와 미치코(67·여) 사이타마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일왕을 신격화하는 글을 썼다고 보도했다. 하세가와는 지난해 10월 한 모임 참석자들에게 배포한 글에서 20년 전 우익정당 ‘바람회’ 소속 노무라 슈스케의 자살을 추모하면서 “인간이 자신의 죽음으로 신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도 믿지 않는 자들의 눈앞에서 노무라는 신에게 죽음을 바쳤다”고 적었다. 이어 “(그의 자살로) 우리나라의 폐하(일왕)는 다시 ‘현어신(現御神·현세에 살아있는 신)’이 됐다”고 덧붙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의 근간이 된 일왕 신격화 논리를 공공연히 주장한 셈이다.
노무라는 1993년 10월 20일 자신이 이끌던 바람회를 야유하는 내용의 ‘주간 아사히’ 삽화에 불만을 품고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를 항의방문, 신문사 고위인사들과 면담하던 중 “천황 번영”이란 말을 세 번 외치고 권총으로 자살했다. 이후 극우인사들의 우상이 됐다.
또 다른 NHK 경영위원인 작가 햐쿠타 나오키는 지난 3일 도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다모가미 도시오 전 항공막료장의 지원연설을 하면서 “난징(南京) 대학살은 없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세가와와 햐쿠타는 지난해 11월 아베 총리가 임명한 인물들이다. 둘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선 때 아베 총리를 지지했다. 12명으로 구성된 NHK 경영위는 예산의결, 회장 임명·파면 등의 권한을 가진 NHK의 최고의사결정기구다. 경영위원들이 뽑은 모미이 가쓰토 NHK 신임 회장은 지난달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쟁 지역에는 어디나 위안부가 있었다”고 망언해 빈축을 샀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하세가와의 글에 대해 “경영위원이 자신의 사상, 신조를 표현하는 것은 무방하고 방송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을 대표하는 철학자·평론가로 활약하고 있고 일본의 문화에도 정통하다는 평가를 했다”면서 하세가와를 NHK 경영위원으로 추천한 정부 판단이 적절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의회 답변에서 “(글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답하지 않겠다”며 논평을 피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