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에 되새겨 보는 사랑·인생… 프랑스 영화 2편 2월 13일 동시 개봉

입력 2014-02-06 02:34


연인들의 ‘명절’인 밸런타인데이(14일)를 앞두고 프랑스 영화 두 편이 관객을 찾아간다. 13일 나란히 개봉하는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감독 프레데릭 베그베데)과 ‘르누아르’(감독 질 부르도스)다.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는 점에서 ‘밸런타인데이 영화’로 손색없는 작품들이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주인공은 소심하기 짝이 없는 30대 남성 마크(개스파드 프로스트). 그는 이혼을 경험한 뒤 사랑에 냉소적인 감정을 품게 된다. 영화명과 같은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소설까지 출간했을 정도다. 작품 속 대사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마크에게 사랑은 ‘현실이란 햇살이 비추자마자 소멸하는 안개’와도 같다.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 비관론자’가 돼버린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크는 자신과 성격이 정반대인 알리스(루이즈 보르고앙)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의 유효기간을 운운하던 마크는 자신의 사랑관을 부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구차한 프러포즈로 알리스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한다. 과연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어떻게 전개될까.

영화는 사랑이 유한한지 묻는 해묵은 테마를 신선한 문법으로 풀어낸다. 만남→구애→연애→이별→재회라는 뻔한 얼개를 띠지만 지루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감독은 극중 인물의 내레이션을 방백(傍白)처럼 끼워 넣거나 각양각색 인터뷰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스토리 전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유머러스한 상황과 통통 튀는 대사로 상영 내내 웃음 짓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한편 ‘르누아르’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의 삶을 다룬 묵직한 영화다. 영화는 노년기에 접어든 오귀스트(미셀 부케)가 누드모델 데데(크리스타 테렛)를 만나면서 걸작들을 쏟아내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귀스트에게 데데는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는 인물이었던 셈이다.

오귀스트의 아들 장 르누아르(빈센트 로티어스)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예술을 대하는 르누아르 부자(父子)의 상이한 태도, 데데를 놓고 벌이는 부자의 신경전 등이 주된 스토리다. 르누아르의 명화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영상미는 감탄을 자아낸다.

내공이 느껴지는 미셀 부케의 연기력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르누아르’는 2012년 열린 제65회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폐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