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대첩 현장인 진도 오류리 해저는 보물 창고?… 삼국·고려·조선시대 유물 500여점 또 발굴
입력 2014-01-24 02:31
임진왜란 때 명량대첩의 현장인 전남 진도 오류리 앞바다에서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보물급 유물 등 500여점이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소재구)는 23일 서울 국립고공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오류리 해역에서 실시한 2차 발굴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에 수습한 유물은 약 2000년 전 삼국시대 초기의 토기와 고려시대 청자류 및 용무늬 청동거울, 임진왜란 당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돌 폭탄인 석환(石丸) 등 시대를 망라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물을 실은 각 시대의 선박이 같은 해역을 지나다 침몰됐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1세기 무렵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항아리 등 경질무문(硬質無文) 토기 2점은 완전한 형태를 유지했으며, 근처 해남 군곡리패총(사적 449호) 출토 유물과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는 “지금까지 수중에서 발굴된 유물 중 가장 시기가 이른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시대 도자기 본산인 전남 강진 등에서 제작한 청자도 265점이 나왔다. 이 가운데 원앙모양향로, 참외모양병, 잔받침 등은 보물급으로 평가된다고 연구소는 말했다. 특히 청자 중 전통악기 장구의 원형인 요고(腰鼓·허리가 잘록한 장구)로 짐작되는 2점이 발굴됐다. 장구모양 청자는 국내 몇 안 되는 희귀 유물로 2004년 KBS ‘진품명품’을 통해 공개된 ‘고려역상감청자장구’가 감정가 12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또 ‘쌍룡운문대경(雙龍雲紋帶鏡)’ ‘조화문경(鳥花紋鏡)’ 등 고려시대 청동거울, 원풍통보(元豊通寶)’ ‘가태통보(嘉泰通寶)’ 등 11∼13세기 송나라 동전, 임진왜란 때 ‘천자총통(天子銃筒)’ ‘지자총통(地字銃筒)’의 포탄으로 사용된 석환도 나왔다. 2012년 이 해역에 대한 1차 조사에서는 고려청자 기린모양향로와 1588년 제조 기록이 있는 ‘소소승자총통(小小勝字銃筒)’ 등 국보급 유물을 발굴했었다.
연구소는 “이 해역은 남부 지역에서 생산한 세곡(稅穀·세금으로 바치는 곡물) 등을 개경이나 한양으로 운반하던 주요 항로”라며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한 울돌목 근처에 위치하고, 다수의 닻돌이 발견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고선박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5월부터 3차 추가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