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아이 골 100개나 허용한 아빠… 공 못 잡은 걸까
입력 2014-01-24 01:37
아빠와 함께 일요일/이지현/시리우스
“아빠, 일어나. 일요일이야” 아이는 아빠를 깨워보지만 꿈쩍도 안 합니다. 맑고 푸른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날씨는 정말 좋습니다. 아이는 장을 열고 옷을 꺼내 입습니다. 아빠 옷도 챙겨놓습니다. 아, 양말이 없네요. 빨랫줄에 널린 양말은 아직 덜 말랐습니다. 신장에서 신도 꺼내 놓습니다.
마침내 채비를 마친 아이는 아빠를 다시 깨웁니다. 아빠는 눈도 뜨지 않은 채 묻습니다. “세수는 했어∼?” “밥은∼?” 아이는 쪼르르 욕실로 달려가 ‘어푸어푸’ 세수하고, 머리도 빗고, 우유에 시리얼을 타서 ‘와구와구’ 먹습니다. 신나게 놀려면 많이 먹어야 하니까요.
다시 아빠를 깨우자 이번에는 한쪽 눈만 뜨고는 묻습니다. “공은?” 아이는 놀이 상자를 뒤져 공을 찾아냅니다. 그때야 아빠는 마지못해 일어납니다. 아빠는 아이가 찾아놓은 옷을 입고, 면도도 하고. 드디어 집을 나섭니다. 아빠는 아이를 목말을 태우고 운동장으로 갑니다. 아이는 아빠와 축구를 신나게 합니다. 아이는 골을 백 개나 넣었습니다. 아버지는 공을 잡지 못한 걸까요? 안 잡은 걸까요? 아이는 축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합니다. “아직도 재미있는 일요일이 많이 남았어.”
저자는 엄마가 자리를 비운 어느 일요일 아침, 아빠와 아이가 벌이는 승강이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대여섯 살짜리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아이가 깨우는 데도 눈이 잘 떠지지 않을 만큼 피곤한 아빠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런가 하면 아빠와 놀고 싶어 어른처럼 모든 준비를 척척 해내는 아이는 의젓해 보여 미소 짓게 된다. 아빠와 하는 축구를 놀이동산의 어떤 놀이보다 재미있어하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걸 보여 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