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공부만 하는 한국… ‘가파르게 오르다 뚝’

입력 2014-01-24 01:40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아만다 리플리/부키

저자는 미국 시사주간 ‘타임’ 등에 교육 칼럼을 기고하며 주목받아온 저널리스트. 그는 2010년 우연히 ‘피사(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즉 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보고서를 접하고 의문에 휩싸인다. 핀란드, 폴란드, 한국 등 몇몇 나라의 아이들이 유독 수학, 과학은 물론 읽기와 독해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둔 것이다. “거의 모든 아이에게 고도의 사고 능력을 가르치는데 성공한 나라들,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을 이뤄낸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핀란드, 폴란드, 한국의 교육 현실을 미국과 비교하는, 방대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핵심 취재원은 2011년부터 1년간 세 나라에서 고등학교에 다닌 세 명의 미국 학생들. 오클라호마에서 핀란드로 간 킴, 미네소타 출신으로 한국을 찾은 에릭, 펜실베이니아에서 폴란드로 날아간 톰이다. 이들은 편견 없이 낯선 나라에서 경험한 교육 현장에 대해 적나라하게 들려줬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닌 에릭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풍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를테면 수업 시간에 3분의 1이 엎드려 자거나, 야간자율학습으로 늦은 밤에야 학교 문을 나서는 아이들 모습 같은 것들이다. “어떻게 십대 청소년이 공부 외에 아무것도, 진짜 다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수 있단 말인가?”

저자는 이런 한국 모델을 ‘압력밭솥’이라 명명한 뒤 “정부에서 (학원의 심야 수업 제한 같은) 공부 시간 제한 제도를 시행할 정도로 아이들이 너무 집착적으로 공부만 하는 경우”라고 소개한다. 한국의 교육 현실은 유토피아적인 핀란드, 아직 우리에겐 낯설지만 갈수록 탈바꿈하며 실력이 향상되는 폴란드 모델에 비하면 확실히 문제가 많아 보인다.

저자는 “전 세계가 한국의 성공뿐 아니라 실패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장단점을 열거한다. 그는 한국이 교육을 통해 사회 변화를 이뤄낸 것은 유의미하다면서도 학생들의 과도한 경쟁, 사설학원에서 이뤄지는 ‘그림자’ 교육의 폐해에 대해서는 우려한다.

이렇듯 외부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처한 교육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명료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은 의미가 있다. 막연하게 알던 핀란드와 폴란드 교육 현장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구권 국가 폴란드는 1997년 미로스와프 한트케 교육부장관이 교육제도 개혁을 펼치며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그는 당시 교사의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며 교사진의 4분의 1을 재교육시켰다. 또 학생들의 학습 역량 확인을 위해 정기적인 표준화 시험을 도입했다. 특히 15세가 되면 직업학교와 대학 과정으로 나누던 ‘트래킹’ 제도를 1년 뒤로 늦춘 과감한 정책이 유효했다. 중학교 3학년 과정을 학생들이 한 번 더 거치게 되면서 학습 능력이 대폭 향상됐던 것이다

핀란드 역시 교사들의 자질을 중시하고, 교육자가 되기까지 학문적으로 엄격한 훈련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교사진을 존경하는 건 물론 학교 자체를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를 일궈냈다. 저자는 미국 교육의 답을 찾기 위해 썼지만 공교육의 위상과 역할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김희정 옮김.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