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전 관동조선인대학살 희생자 유족 찾았다
입력 2014-01-21 18:56
[쿠키 사회] 1923년 9월 관동(關東·간토) 조선인 대학살 때 도쿄 고토(江東)구 가메이도(龜戶) 경찰서에서 자행된 학살을 기록한 증언과 일치하는 희생자들의 신원과 유족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2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가메이도 학살 사건’의 목격 증언 기록 등을 토대로 당시 학살된 희생자들을 추적한 결과 제주도 대정읍 인성리 출신의 조묘송(趙卯松·1891∼1923·당시 32세)과 그의 동생 조정소(趙正昭·1900∼1923·23세)·조정화(趙正化·1904∼1923·19세), 아내 문무연(文戊連·1885∼1923·38세), 아들 조태석(趙泰錫·1919∼1923·4세) 등 일가족 5명이 가메이도 경찰서에서 몰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시민단체 ‘간토 학살 조선인 유골 발굴추도 모임’의 니시자키 마사오(西崎雅夫)씨에 따르면 당시 가메이도 경찰서에서 조선어 통역으로 일했던 나환산(羅丸山·조선인 추정)씨가 목격한 증언을 일본 유학 중이던 최승만(崔承萬·작고)씨가 글로 남겼다고 한다.
‘재일본한국기독교청년회’ 이사였던 최씨는 당시 ‘재일본 관동지방이재(罹災)동포 위문반’의 일원으로 일본 각지의 조선인 학살 희생자 실태를 조사했다. 최씨의 글에는 가메이도 경찰서에서 학살된 희생자 신원으로 5명이 나와 있다. 이 중 3명이 ‘조묘성(趙妙城·제주도 대정면 인성리), 조정수(趙正洙), 조정하(趙正夏)로 기록돼 있다.
이를 토대로 신원을 추적한 결과 이들의 7촌, 8촌 혈족이 제주시 등에 거주하고 있었다. 유족을 만나 족보를 확인한 결과 3명이 아닌 일가족 5명이 관동 조선인 학살 때 희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사망 사실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사무소의 제적부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제적부에는 일본 동경부에서 관동대지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한일 양쪽의 증언, 기록 등에 일치하는 관동 조선인 학살사건 희생자 신원과 유족이 국내에서 처음 확인됨에 따라 그간 일본정부가 은폐하며 진상공개를 거부해 온 조선인 학살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배상 청구 소송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