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우 코트라 리비아 무역관장 외교관 번호판車 타고가다 피랍… 한국인 표적 납치 가능성 우려

입력 2014-01-21 02:32 수정 2014-01-21 09:22


리비아에서 근무하는 한석우(39·사진) 코트라 트리폴리 무역관장이 19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간 20일 0시30분)쯤 퇴근길에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 리비아에서 한국인 피랍 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한 관장은 관용 차량을 타고 퇴근하던 중 트리폴리 시내에서 개인화기 등으로 무장한 괴한 4명에게 납치됐다. 무장괴한들은 자신들 차량으로 한 관장이 탄 승용차를 추월해 앞을 가로막고 세운 뒤 소총 등으로 위협해 한 관장을 자신들 차량에 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장이 탄 차량은 한국 외교관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괴한들은 한 관장 차를 몰던 이라크인 운전기사는 남겨놓고 도주했다. 한 관장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신변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장을 납치한 괴한들의 정체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 관장만을 겨냥한 점, 또 그가 탄 차량이 외교관 번호판을 달았던 점으로 볼 때 한국 정부 또는 외교관을 겨냥한 현지 무장세력의 범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석방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외국인 대상 범행 가능성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납치 배경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보 수집 및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히 안전하게 석방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코트라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이정관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합동대책반을 설치했다. 리비아와 미국 정부 등에도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또 리비아 여행금지를 권고하는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하고, 현지 교민 551명에게 조속히 인근 국가로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 코트라도 한선희 중동지역본부장을 현지에 급파했다.

한 관장은 한국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2005년 코트라에 입사한 중동 전문가다. 2012년 7월 트리폴리 무역관장에 단신 부임해 현지 직원 6명과 근무해 왔다. 그는 트리폴리 근무를 자원했다. 부임 직전에는 이란 테헤란 무역관에서 일했다. 한 관장 가족은 안전에 대한 우려로 몰타에서 지내고 있다.

남혁상 권기석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