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美기지 이전… 아베 정부·지자체 갈등 격화

입력 2014-01-21 01:33

일본 오키나와현 나고시 시장 선거에서 미군 후텐마 비행장의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반대했던 현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주일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아베 신조 정권과 이전 대상 지자체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전날 선거에서 승리한 이나미네 스스무 현 시장은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승리는 “시민의 양식(良識)을 보여준 것”이라며 “새 기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기지 이전과 관련한 각종 공사의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이나미네 시장은 “시민의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다”며 “(기지 이전 대상지인 헤노코 연안에 대한) 매립을 전제로 하는 협의는 모두 거절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기지 이전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나고시장 선거 결과에 대해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기지 이전 문제로 직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후텐마의 위험성 제거를 위해 현재의 기지 이전 방안을 꾸준히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립에 대해서는 오키나와현 나카이마 히로카즈 지사로부터 이미 승인을 받았다”면서 “법적 절차에 따라 담담하게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도 “선거 결과를 엄숙히 받아들인다”면서도 “헤노코 기지의 완성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나카이마 오키나와현 지사가 지난달 27일 나고시 헤노코 연안으로 기지를 이전하기 위한 정부의 연안 매립 신청을 승인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현 외 이전’을 요구해 온 나카이마 지사는 정부의 강력한 오키나와 지원 방침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일본은 2006년 헤노코를 매립해 후텐마의 대체 기지를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오키나와현 이외 지역으로 기지를 옮겨야 한다는 정치권과 시민들의 주장이 나오면서 계속 미뤄져 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