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잡: 땅콩도둑들 제작자-감독 “디즈니 놀래킨 ‘토종 애니’ 기대하세요”
입력 2014-01-21 01:32 수정 2014-01-21 08:37
‘넛잡’ 제작자 하회진·감독 피터 레페니오티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1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죠. ‘넛잡’은 4분의 1인 4000만 달러(약 450억원)로 동일한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현재 미국 영화계를 들썩이고 있는 국산 애니메이션 ‘넛잡: 땅콩 도둑들’(이하 넛잡)의 제작자인 ㈜레드로버 하회진(46)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29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넛잡’은 195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겨울을 나기 위해 도시의 땅콩가게 습격에 나선 말썽꾸러기 다람쥐 설리와 친구들의 모험이야기다. 땅콩을 사이에 두고 동물친구들과 은행털이 악당들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통해 영화는 ‘우정’과 ‘화합’이란 교훈을 던진다.
작품은 털끝 하나하나까지 살려낸 특수기술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극 중간 중간엔 월드 스타 싸이(본명 박재상·37)의 ‘강남스타일’이 삽입돼 분위기를 흥겹게 한다. 실제로 미국 관람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 ‘강남스타일’ 춤을 따라 추면서 매우 즐거워한다고. ‘넛잡’은 미국은 물론 영국 등 유럽권, 아시아 전역, 아프리카 등 전 세계 120개국에서 오는 9월까지 순차적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작자 하 대표와 캐나다 출신의 연출자 피터 레페니오티스(46) 감독의 우정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란 점도 눈에 띈다. 동갑내기인 이들은 서로를 ‘형제(Brother)’라 부를 만큼 친근한 관계. 레페니오티스 감독은 “한국 제작진이 매우 똑똑(extremely smart)하게 일을 해냈고 감독으로서 무엇인가를 지시하면 항상 더 좋은 결과를 들고 왔다”며 협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제작은 국내 기업이, 연출과 각본은 레페니오티스 감독과 ‘라따뚜이’(2007)로 유명한 론 카메론 감독이 맡다보니 ‘국산 애니메이션’이 맞는지에 대해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하 대표는 “저작권이 한국에 있고, 제작비도 한국에서 들어갔다”며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3427개 스크린에 걸린 이번 작품은 심형래(56) 감독의 영화 ‘디 워’(2007)가 세웠던 미국 내 스크린 수(2275개관)를 가뿐히 뛰어넘고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개봉한 뒤 현재 박스 오피스 3위에 올라 미국에서 상영되는 한국 영화로는 최고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 대표는 “개봉 이틀 만에 ‘디 워’가 달성한 극장 수익(1100만여 달러)을 넘어섰고 지금 추세론 예상했던 수익 6000만 달러의 2배까지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에 진출한 사례 중 최고 수준이고, 한국 영화계에도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양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은 그간 ‘뮬란’(1998)과 ‘쿵푸 팬더’(2008)뿐이었는데 앞으로 한국적 소재를 서양 문화와 연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