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예상 사망일 넘긴 사고 환자에 “추가로 배상하라” 판결

입력 2014-01-20 01:35

사고로 중상을 입은 환자가 예상 사망일보다 오래 생존할 경우 책임 기관으로부터 추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43)는 지난 1999년 강원도 철원 한탄강에서 래프팅을 하다 떠내려온 철제 계단에 고무보트가 부딪히면서 물에 빠져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사지가 마비됐다. 이 계단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양수장 관리를 위해 설치한 것으로 당시 철원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고정해 둔 암벽과 함께 떨어져 나왔다.

A씨 가족은 농어촌공사와 보트 임대업자를 상대로 관리 부실 등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가족은 의료진의 소견을 근거로 A씨가 2012년 9월 9일까지 생존할 것으로 예상하고 배상액을 청구했다.

그런데 A씨가 예상 사망일을 넘겨 계속 생존하자 A씨 가족은 지난해 5월 “치료비 등 4억여원을 추가로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또 9월엔 “A씨가 11∼15년은 더 살 수 있다”는 새로운 병원 소견서를 제출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김종원)는 “피고들은 A씨에게 우선 1억5000여만원을 지급하고, 2024년 9월부터 2028년 9월까지는 A씨가 생존한 경우 매월 27만∼17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농어촌공사 등은 이미 판결이 확정됐기 때문에 또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소송 뒤에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면 별개로 추가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최소 11년 생존할 수 있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11년치 배상금은 일시에 지급하되 이후 4년간은 차등 배상하도록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