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현길] 공기업 사장 최연혜, 정치인 최연혜
입력 2014-01-18 01:35 수정 2014-01-18 15:48
지난해 10월 취임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2016년 10월까지로, 같은 해 4월 치러지는 20대 총선과 관련해 최 사장이 벌써부터 구설에 올랐다.
최 사장은 16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홍문종 사무총장을 만나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에 측근을 임명해 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해당 지역은 19대 총선에서 최 사장이 출마했다 낙선한 곳이다. 역대 최장기록을 세운 철도파업 이후 조직을 추슬러야 할 최 사장이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 받는 이유다.
최 사장은 17일 “원칙적인 의견을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대전시청에서 기자들에게 “지난 총선 때 나를 도왔던 분들을 위해 도의적인 차원에서 그분들을 배려해줄 것을 지도부에 부탁했을 뿐”이라며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부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날 코레일은 “철도노조 파업으로 국민과 당에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한 사과와 신년 인사를 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최 사장은 코레일 사장으로서의 ‘신뢰’를 크게 상실했다. 그는 임명 당시 총선 출마 경력 등으로 인해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나마 철도청 차장, 코레일 부사장, 철도대학 학장을 지내 전임 사장들에 비해서는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가 있었다. 최 사장도 취임사에서 “철도분야에 투신해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저의 숙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집권여당 수뇌부에 대한 총선 인사청탁 의혹’으로 최 사장이 수서발 KTX 법인 설립과 코레일 경영쇄신 추진 등에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임기 내내 코레일 사장 자리를 정치적 재기의 발판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최 사장은 평소 “낙하산이란 오명을 업무를 통해 불식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 약속을 지키려면 ‘코레일 사장 최연혜’와 ‘정치인 최연혜’를 구분하는 지혜부터 배워야 할 듯하다.
산업부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