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칼럼]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를 연합기관이 필요하다

입력 2014-01-18 01:31


지난 성탄절 때 일이다. 공영방송에서 성탄 축하메시지를 방송하는데, 먼저 천주교 대표자의 축하영상이 나오고 다음으로 조계종의 성탄축하 메시지가 방송됐다. 한국 개신교의 축하메시지는 없었다. 적어도 성탄절은 우리가 믿는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이다. 마땅히 개신교 대표가 축하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런데 소위 공영방송이라는 곳에서 개신교의 축하메시지는 뺐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들은 개신교의 대표를 누구로 해야 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천주교나 다른 종파들은 단일집단이요, 수장이 한 사람인 체제이다. 그런데 개신교는 개교회주의 나아가 개교단주의이다. 교회 연합체가 있으나 한두 곳이 아니다. 그 어느 기구도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 기관에서 종교 지도자를 초청할 때도 개신교는 누구를 대표로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한다고 한다. 지난 성탄절의 사건은 한국교회의 이런 단면을 보여주는 서글픈 현실이다. 동시에 세상이 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다.

교계 연합기구의 난맥상

지금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상당히 많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있지만 참여 교단이 제한적이어서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진보그룹에 반해서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조직되어 양대 산맥으로 존재해 왔다.

두 기구는 서로가 상호견제 또는 보완의 기능을 수행해 왔으나 어쨌든 하나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수년 전, 소위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각 기구는 독립적이면서 대정부나 사회에 대처하기 위해 한 지붕을 씌우자는 운동이 있었고 상당히 진척되어 왔다. 당시 로드맵에 의하면 2007년에는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한 기구가 탄생할 수 있었으나 마지막에 가서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결렬되고 말았다. 그러던 중 한기총에서 분열된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라는 새로운 기구가 2012년 생겨나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연합기구는 3분할의 구도가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기총이 노출시킨 여러 문제로 한기총 참여교단 중 가장 큰 예장합동이 탈퇴를 선언하고 행정 보류 중이던 예장고신마저 탈퇴를 선언했다. 이어 몇 개 교단과 단체들이 탈퇴 또는 행정 보류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써 기존 한교연의 분립으로 약화된 한기총의 위상이 이제는 과거와 같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구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보수교단 중심의 제4의 연합기구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세 기구의 존재도 한국교회 연합운동에 바람직하지 않은데 보수 교단 중심의 새로운 기구가 출현한다면 그야말로 한국교회의 난맥상을 보이는 것이 될 뿐이다. 왜 이런 연합기구가 생기는가? 어떤 면에서는 한국교회 주도권 쟁탈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님 앞에 부끄럽고 한국교회 역사에 수치스러운 기록이 될 것이며 교회나 성도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기관

이제는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연합기관이 필요하다. 가장 바람직한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형태라면 건실한 교단협의체라고 사료된다. 수년 전 한목협에서 추진한 교단장협의회란 조직이 잠시 있었다. 건실한 교단의 총회장과 총무 등으로 구성되어 서로 교제하는 모임인 동시에 한국교회 연합체적인 기능을 추구했다. 그런데 교단장이 매년마다 바뀌게 되어 교단장협의회는 지속되지 못하게 되었다.

한국교회의 진정한 하나 되는 모습은 연합기관이 하나로 바로 서는 데 있다. 그래서 각 교단 중심의 협의체가 구성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기존의 모든 기득권들을 내려놓고 교계 지도자들이 이제는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사실 개신교회는 개교회주의가 매우 강하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장점이 될 수도 있으나 약점이 되기도 한다. 개교회가 중요하지만 동시에 한국교회 전체로 볼 때 연합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극단적 개교회주의나, 교단주의에서 연합과 일치를 지향해야 한다.

그래서 개신교회가 정부를 상대로 한목소리를 내고 북한 돕기나 대사회적으로도 봉사기능과 선교기능도 제대로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동시에 통일한국을 건설하는 데 앞장서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김경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서현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