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서로 사랑하며 형제로 사는 것이 삶의 이유”

입력 2014-01-17 02:32 수정 2014-01-17 11:13


염수정 추기경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사람은 선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선의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지상의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처음으로 가톨릭 서울대교구 주교관에서 가진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삶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절대자 하느님을 부정하면 더 인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하느님은 당신처럼 살기를 바라신다”고 말했다. 또 “하느님을 부정하는 것은 곧 내가 하느님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면)오히려 자꾸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하느님 안에서의 삶,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무엇보다 강조한 것이다.

염 추기경은 다소 보수적인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서임 직후 진보 성향의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서임 반대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는 “여러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 앞에 네 편 내 편이 어디 있느냐”며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형제로서 살아가는 것이 삶의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서임 받은 날이 가톨릭의 세례 축일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의미를 부여했다. 세례 받고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나라는, 세례성사의 의미를 끝까지 살리고 그 길을 가라는 소임을 받은 듯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임 직후 열린 축하식에서 ‘갈등과 분열, 치유와 화해의 길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묻자 “남한테 자꾸 이야기하기보다는 내가, 나부터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남한테 그렇게 살라면서 넌 왜 그렇게 안 사느냐, 너나 잘 살라고 말하지 않겠느냐”며 “자꾸 뭔가 말하기보다 내가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세례 받고 하느님 안에서 산다는 것이, 올곧게 산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지만 결코 약한 일도 아니다”며 “존재 자체가 바뀌었는데 얼마나 큰 변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시종일관 답변 하나하나에 신중했다. 간담회에서는 그가 지난해 11월 진보 성향의 사제단 활동을 정치개입이라며 비판했던 내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염 추기경은 “자꾸 또 이야기를 해서 논란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언론에서 그렇게 해석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염 추기경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첫 공식 외부 일정을 노숙인 등이 새 삶을 시작하는 서울 은평의마을에서 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