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국무장관에 ‘위안부 해결’ 촉구… 구체적 문구 담은 법률 첫 통과
입력 2014-01-17 02:32
미국 의회를 통과한 정식 법률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행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미 하원은 15일(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2014년 미국 행정부 통합세출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 법률의 7장인 ‘국무부 해외업무 세출법’ 합동해설서의 아시아·태평양 부분에 수록된 보고서에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2007년 7월 30일 하원 위안부 결의안(H. Res. 121) 통과를 주목하고, 국무장관이 일본 정부가 이 결의에 제기된 사안들을 해결하도록 독려할 것을 촉구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는 데 외교적 노력을 하라는 의미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보고서 형태이기는 하지만 정식 법률에 포함됨으로써 국무부의 외교적 노력과 일본 정부의 사과를 압박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된다. 예산배정권을 가진 의회가 미 국무부 예산지출을 승인하면서 국무부에 정책적 요구 사항을 적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연방정부 등은 세출법 이행에 있어 상·하원 국무부 세출법 보고서 등을 준수해야 한다’고 기술돼 있어 행정부가 이를 가볍게 여길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미국 달래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일본 측엔 외교적 타격이다. 미 의회가 국무장관에게 촉구하는 형식을 통해 사실상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일본계 3세인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의원과 스티브 이스라엘(민주·뉴욕) 의원 주도로 하원을 통과한 위안부 결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종군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시인·사과 및 역사적 책임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위안부 문제를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사건으로 규정하고, 일본의 새로운 교과서들이 위안부의 비극과 일본의 다른 전쟁 범위를 축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혼다 의원은 최근 노골적으로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아베 정권과 일본 내 기류를 감안해 위안부 관련 내용이 하원 세출법안에 삽입된 것이 알려질 경우 반대 움직임이 일 것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극비리에 일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혼다 의원은 이번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된 뒤 홈페이지에 논평을 내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로서 노예생활을 했던 사람들과 관련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오랜 노력의 일환으로 정식법률 보고서에 위안부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혼다 의원과 이스라엘 의원이 남다른 노력을 했지만, 이 조항이 삽입된 데는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의 역사 문제 차원이 아니라 인류 공통의 인권 문제라는 미국 조야의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미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의 스티브 셰벗(공화·오하이오) 위원장은 이날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자신이 이해를 표시했다는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는 오보라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