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애아 입양 대부’ 로버트 킹 간암 별세
입력 2014-01-17 02:31
버려진 아이들, 그중에서도 홀로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심한 장애를 앓는 아이들을 10여년에 걸쳐 9명을 입양했다. 한국인이 5명이었다. 입양아 가운데 장애아가 8명이었고, 한국인 중에서는 4명이 뇌성마비 등을 앓는 중증 장애인이었다. 슬하의 3남매까지 포함, 모두 12명을 사랑으로 키워오던 60대 미국인 남성이 하늘나라의 부름을 받았다. 그의 죽음은 세상을 떠난 지 닷새가 지나서야 한국 사회에 알려졌다.
‘장애아 입양 대부’ 로버트 킹씨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카운티 모레노밸리의 자택에서 간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1세.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그의 생명 사랑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내 도나(61)와 함께 어린이 입양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던 로버트 킹은 입양 전문기관을 방문했다가 마음이 불편해졌다. 많은 입양 희망자들에게 정상아가 아닌 장애아들은 관심 밖이었던 것. 눈 밖에 있던 장애아들을 가족으로 맞아들이기 시작한 계기다.
1995년에는 한국인 출신의 애덤 킹(한국명 오인호)을 입양했다.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가 없고 손가락이 붙어 있었던 그는 당시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세 살배기 아기였다. 애덤 킹은 아홉 살이던 2001년 4월, 서울 잠실야구장에 티타늄 의족을 착용한 채 나타나 프로야구 시구를 선보이면서 ‘철각의 천사’로 주목받았다.
당시 애덤 킹의 개막전 시구를 위해 방한했던 킹 부부는 입양전문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를 방문했다가 장애아를 한 명 더 입양했다. 두뇌 기능이 조금씩 쇠퇴하는 희귀성 뇌질환을 앓고 있던 김경빈(당시 5세·미국명 조지프)군이었다. 파키스탄계 아버지와 한국인 미혼모 사이에 태어난 아이였다. 킹 부부는 모두 12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키우려고 애썼다. 자녀들의 적성을 찾아주기 위해 음악, 미술, 스포츠 등의 교육에도 헌신적이었다.
최석춘(57·미국 우주항공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입양홍보회 회장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로버트 킹은 그 많은 자녀들을 키우면서도 외부 도움은 거의 받지 않으려 했다”면서 “그야말로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사랑과 헌신의 신앙으로 아이들을 품어온 분”이라고 회고했다. 입양아 출신의 최 회장은 생전의 로버트 킹과 친구처럼 지내온 사이다.
최 회장은 “그의 별세 소식을 몰랐다가 킹의 며느리 페이스북을 통해 뒤늦게 전해들었다”면서 “한국교회가 그 유족과 자녀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례예배는 19일 오후 3시 모레노밸리의 디스커버리 크리스천 처치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