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재중] 보라매의 힘찬 비상을 기대하며
입력 2014-01-17 02:06
“그렇게 중요한 사업이면 선배님이 (기획재정부에) 계실 때 하지 그러셨어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차관 출신인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이 지난해 2014 예산안 편성 당시 기재부 예산실 후배에게 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 사업 예산을 요구했을 때 들었다는 뼈있는 한마디다.
이 청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올해 예산에 KF-X 사업 착수금을 반영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보라매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청장은 “일각에서는 ‘무기는 사오면 되지 왜 많은 돈을 들여서 굳이 개발하려고 하느냐’고 하지만 무기라는 게 우리가 원할 때 항상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 거래는 비용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되고, 안보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이 청장은 “무기체계 개발은 국내 방위사업 육성과도 연계된다. KF-X 사업은 도전해볼 만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항공산업은 자동차, 조선 이후 한국경제를 이끌어 갈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시장 규모도 2020년에 7000억 달러(770조원)로 반도체, 조선보다 월등히 크다. 보라매 체계 개발시 기술파급 효과는 40조7000억원, 생산성·부가가치 효과가 최대 23조원, 고용창출 효과도 9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라매사업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임관식 때 처음 제안했다.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13년 만에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게 돼 국산 전투기의 꿈이 영글게 됐다. 국산 전투기 생산 시점은 개발방안(쌍발엔진·단발엔진)에 따라 다소 변경될 수 있으나 2023년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 120대, 인도네시아 50대 등 최소 170대의 국산 전투기 물량이 확보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초음속 훈련기 T-50과 경공격기 FA-50을 자체 개발해 지난해 이라크와 항공 사상 최대 규모(11억 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보라매 사업이 성공한다면 훈련기, 로(Low)급 소형 전투기, 중급 전투기를 모두 보유하는 항공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공군 예비역 장성은 우리나라가 차기 전투기(F-X) 3차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으로부터 KF-X 사업 추진을 위한 기술이전을 받지 못한다면 6조~8조원이 투입될 보라매 사업은 안하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차기 전투기는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F-35A로 사실상 결정된 상태다. F-X 사업을 레버리지로 적극 활용해 미국 측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F-X 사업의 기술파급 효과로 KF-X 개발에 필요한 기술지원 인력 및 첨단첨투기 설계에 필요한 무장, 항공전자, 비행제어 시스템 설계 기술 등을 확보해 국내 항공산업 선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입찰 방식이 아니라 정부간 거래방식인 대외군사판매(FMS)로 도입하는 것이어서 미국 정부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기술을 이전해줄지 불투명하다. 우리나라 국방부장관부터 실무자까지 미국 측에 끈질기게 기술이전을 요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국산 전투기 개발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어려운 첫 걸음을 뗀 만큼 국가적인 지원 속에 기술개발에 전력한다면 우리나라가 머지않아 반도체, 조선, 자동차에 이어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재중 정치부 차장 jjkim@kmib.co.kr